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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일기

섬진강 단상(斷想)

by 눌산 2008.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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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를 섬진강에서 다녔습니다. 순자강(섬진강)과 보성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제 고향입니다. 두 강이 만나 섬진강이란 이름으로 하나가 됩니다. 섬진강의 본류인 순자강은 '순하디 순한' 강이란 뜻입니다. 섬진강 중류 쯤 되는 곳으로 제 고향을 기점으로 강다운 면모를 갖추며 강폭이 넓어집니다. 상류로는 바위가 많지만 이곳부터 하동포구까지는 백사장이 많습니다. 익히 알려진 하동포구 80리 길은 19번 국도가 지나고 이곳은 17번 국도가 지납니다. 이쯤되면 어딘지 아시리라 믿습니다.


17번과 19번 국도는 섬진강을 대표하는 길입니다. 매화마을과 쌍계사 십리벚꽃길, 그 유명한 화개장터가 있는 19번 국도는 이맘때면 꼬리에 꼬리를 문 자동차의 행렬로 몸살을 앓습니다. 그에 반해 17번 국도는 한발짝 물러선 변방과도 같은 곳이죠. 그렇다고 볼품없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두 길 중 하나만 꼽으라면 전 당연히 17번 국도를 꼽으니까요.

소위 '사회성(?)' 없는 분들에게는 이 17번 국도가 제격입니다. 무엇보다 한가해서 좋습니다. 창문에 턱하니 한팔 걸치고  유유자적 여유를 즐기며 드라이브하기에는 딱입니다.





섬진강은 놀이터였고, 공부방이었습니다. 여름이면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강으로 달려갔습니다. 수업 중에도 강에 있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3층 짜리 교사 신축을 하면서 아이들은 강 모래를 퍼 날랐습니다. 때론 고기잡이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때의 섬진강은 지금과는 많이 다릅니다. 섬진강에 다리가 놓이면서 그 넓디 넓던 백사장은 반토막이 났습니다. 거기에. 무분별한 모래 채취로 반토막이라도 남아 있던 백사장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맨손으로 잡을 만큼 흔했던 은어도 지금은 대부분 양식을 한다고 합니다. 지금이야 귀한 대접 받는 은어지만 너무 흔하던 시절에는 천덕꾸러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어항에 은어가 들어가면 재수없다고 버리기도 했으니까요. 성질이 급한 은어는 어항에 들어가면 요동을 칩니다. 얇은 유리로 된 어항은 그만 깨지기 쉽상이거든요.




초등학교 수학여행을 여수로 갔습니다. 여수에는 검은 모래로 유명한 만성리 해수욕장이 있습니다. 그때 만난 여수 아이들이 자기 동네 자랑을 하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 동네에도 해수욕장이 있다고 우겼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그때까지만 해도 백사장만 있으면 다 해수욕장인 줄 알았습니다.

제가 태어난 곳은 동리산 자락 태안사입니다. 초등학교를 다닌 곳은 두물머리인 압록이고요. 압록(鴨綠)이란 지명은  물이 맑아 오리가 많이 살았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입니다. 그만큼 청정지역이란 의미가 되겠지요.

압록에 전해져 오는 전설이 하나 있습니다. 강감찬 장군이 노모를 모시고 이곳을 지나다  강가에서 하룻밤 묶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모기가 너무 많아 잠을 이룰 수 없게 되자 장군은 칼을 꺼내 모기들을 다 베어버렸다고합니다. 실제로 압록에는 모기가 거의 없습니다. 두 강이 만나는 곳이라 강바람의 영향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또한 그만큼 물이 맑다는 의미도 되겠지요.


- 지금 섬진강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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