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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아비들이 여기 다 모여 있었네!
태백산은 홀아비 천국이었다.
유일사 주차장에서 몇발자국 오르지 않았는데 온 천지가 홀아비바람꽃이다.
드문드문 동의나물과 피나물이 있어 초록 속에 조화를 이루고 있다.
결국, 땅바닥에 엎드려 한나절을 다 보내고야 말았다.
오해마시길!
홀아비바람꽃은 결코 외로워 보이지 않더이다.
무더기로 피어있다.
적상산 피나물 군락을 보고 미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태백산 홀아비바람꽃 군락도 그에 못지 않았다.
계곡을 오르는 내내 홀아비 천국이었다.
꿩의바람꽃과 큰괭이눈, 회리바람꽃이 지고 난 흔적이 보인다.
그 다음으로 홀아비바람꽃이 핀 것이다.
자연에는 그런 질서가 있다.
한 개의 꽃대에 한 송이의 꽃이 피는 모습 때문에 홀아비바람꽃이란 이름을 얻었다.
하지만 희고 청초한 꽃이 바람에 한들거리는 모습에 은연화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모습만을 놓고 본다면 은연화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린다.
깊은 숲속의 촉촉한 계곡주변에서 자란다.
홀아비라는 이름처럼 홀로 피어 있는 모습보다는 이렇게 무리지어 피어 있다.
그리스어로 바람이란 뜻을 가진 아네모네에서 유래된 학명 '아네모네'로 인해,
혹은 가는 바람에도 흔들리는 여린 꽃대를 갖고 있어 붙여진 말이 '바람꽃'이다.
여기에 하나의 꽃대에 하나의 꽃이 핀다하여 홀아비라는 이름이 붙었다.
꽃말은 '비밀스러운 사랑', '덧없는 사랑'이다.
홀아비에게 사랑은 덧없음, 뭐 그런건가?
홀아비바람꽃은 그 이름만 놓고 보면 왠지 외로워보인다.
하지만 한 꽃대에 하나의 꽃이 피는 이유로 얻은 이름이다.
오히려 순백의 하얀꽃이 무리지어 피어 있는 모습은 깔끔하고 산뜻하며, 당당한 기품까지 느껴진다.
키 작은 풀꽃도 끝물이다.
지금부터 피는 꽃들은 키도 크고, 꽃잎도 크다.
초록이 무성해지면 온갖 풀과 나무들이 자신을 뽐내기 시작한다.
햇볕은 좀 더 받기 위해서는 키가 커야하기 때문이다.
하나가 피고지면 또 다른 종이 피어난다.
바로 자연의 순리다.
인간세상에는 없는 야생화들의 질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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