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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언제나 봄, 청산도 슬로길을 걷다.

by 눌산 2013.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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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를 다녀왔다. 수 년 간 기회만 보고 있었는데, 마침 기회가 왔다. 완도항 여객선터미널을 향해 밤새 달렸다. 그리고 6시 30분에 떠나는 청산도 행 첫 배에 올랐다. 여행가도 가고 싶은 곳을 마음데로 가지는 못한다. 그런면에서 청산도는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아무생각없이 걸을 수 있는 곳, 하지만 눈부신 봄볓에 취해 마냥 걸을 수 만은 없었다. 따뜻한 남쪽나라 섬마을, 청산도는 '언제나 봄날'이었다.


청산도는 봄이 좋다. 유채꽃이 만발하고, 살갗을 간지르는 포근한 봄바람이 좋은 곳이다. 청산도는 어디를 가도 유채꽃밭이 펼쳐진다. 그 뒤로 울긋불긋한 사람의 마을이 있고, 앞마당 같은 바다가 있다.










청산도에서는 매년 4월 한 달 간 '청산도 슬로우걷기축제'가 열린다. 주말이면 밤을 새서 달려 간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배에서 내리는 순간, 슬로길은 시작된다. 










남들 다 간다는 슬로길을 나도 걸었다. 오래전에 갔을때는 그런 이름이 없었다. 발길 닿는데로 그냥 걸으면 되었다. 청산도 슬로길은 모두 11개 코스로 길이는 자그만치 42.195km나 된다. 누가 만들었는지, 굳이 마라톤 코스와 같은 거리를 만들었다는게 좀 웃긴다.










선창가를 벗어나면 곧바로 돌담길이다. 그 사이사이에는 마늘밭과 보리밭이다. 소문 난 명소야 많지만, 이런 소소한 풍경이 더 눈에 들어 온다. 그게 청산도다.










유채꽃은 많이 지고 있었다. 대신 그 자리에는 초록이 자리를 잡았다. 그 길을 사람들이 걷는다. 울긋불긋한 등산복장을 한 '외지인'들이다.










청산도 증명사진. 유채꽃과 활 처럼 휘어진 작은 바다. 나도 찍었다.










섬마을 지붕은 화려하다. 지붕을 한 색깔로 통일한 섬도 있다. 대매물도던가...










청산도의 상징과도 같은 '봄의 왈츠'와 '서편제' 촬영지. 영화는 봤지만, 드라마를 보지 못해서 느낌을 알 수가 없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한다.










마늘밭과 유채꽃. 청산도는 한때 전국 마늘의 최대 생산지였다고 한다. 










그 길.























































평일인데도 걷는 사람들이 꽤 많다. 누런 황톳빛이지만 콘크리트 포장도로다. 많이 아쉽다. 슬로길이란 거창한 이름까지 붙였으면 최소한 길은 흙길이어야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간이화장실 여성용 문 앞. 오해마시라. 내 얼굴이 보고 싶어서 사진만 찍었다. 










초분이 있는 화랑포공원에서 1코스가 끝나고 2코스가 시작된다. 연애바위를 지나는 '사랑길'. 왜 사랑길일까 생각해봤더니, 물론 연애바위 때문이겠지만, 아슬아슬한 절벽길이 일부 있는데, 그 길을 손 잡고 가란 뜻이 아닐까. 아, 슬로길 구간에는 저런 파란색 페인트 칠을 한 화살표가 계속 있다. 저 화살표만 보고가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1,2 코스를 지나 3코스로 접어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드라마 촬영장 주변만 찾기 때문에 비교적 한적한 길이다.










3코스 일부 구간을 남겨두고 일정을 마쳤다. 선창까지 가는 길에, 간만에 히치하이킹을 했다.







1,2 코스와 3코스 일부 구간을 걸었다. 놀며 쉬며 4시간 쯤 걸렸다. 42.195km 11개 코스를 모두 걷는다면, 아마도 2박 3일은 걸리지 않을까. 이틀이면 충분한 거리지만, 걷기는 느림에 묘미가 있다. 그래서 슬로길 아니던가. 요즘 사람들은 여행도 바쁘게 한다. 한마디로 한꺼번에 뽕을 뺄 생각이란 애기다. 한 번에 다 둘러 볼 생각 말고 일정이 빠듯하면, 나머지는 놔두면 된다. 다음 기회에 오면 된다는 얘기다. 등산도 마찬가지다. 왜 꼭 정상을 밟을려고 하는 걸까. 떡이라도 묻어 둔게 아니라면, 정상을 목적에 두지 않는다면, 산행이 여유롭다. 그리고 오르막이 무서운 사람도 산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다. 꽃도 보고, 탁족도 하고, 새소리도 들으면서 산을 즐기는 마음으로 가란 애기다.

아무리 바빠도, 여행만은, 걷기만은, 천천히 하며 살자. 눌산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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