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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 5일 일정의 마지막 날이다.
아침부터 눈발이 날린다. 바람은 매섭다.
오늘은 화개에서 하동포구를 지나 광양 망덕포구까지 가는, 더 넓은 강을 따라 가는 길이다. 생각만해도 무시무시한 강바람과 마주보며 걸어야 한다.
화개 '일리지 게스트하우스'를 출발한다.
끝 날 것 같지 않던 강의 끝이 코 앞이다.
모두가 지친 기색이 영력하지만, 그래도 끝이라는 희망이 보인다.
힘이 난다.
넓은 강은 그만큼의 바람을 안고 흐른다.
시작부터 바람과의 싸움이다.
악양 땅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고소산성에 잠시 올랐다.
산도 강도 들도 넓다.
더 넓은 강을 만나러,
다시 걷는다.
하동포구까지 가는 이 구간이 가장 난코스라 할 수 있다.
도로 폭이 좁아 갓길이 거의 없다.
대신 최근 도로 옆으로 나무데크를 이용한 자전거길을 따로 만들고 있다.
아직 공사 중이라 도로와 데크를 오가야 한다.
바로 이 길이다.
길이 사라지면 강변으로 내려 선다.
거대한 백사장이 가도가도 끝이 없이 이어진다.
진안에서, 4박 5일 만에 하동까지 왔다.
한 달은 지난 것 같은 느낌이다.
기현이가 지쳤다.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부리더니,
급기야 배낭을 내 던져 버렸다.
겉옷도 벗어 던져 버리고,
신발은 물 웅덩이에 빠져 흠뻑 젖었다.
식사를 하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신문지와 드라이어를 이용해 급하게 신발을 말리고,
다시 걷는다.
하동 송림공원.
잠시 휴식을 취한 게 효과가 있었나보다.
기현이의 표정이 밝아 졌다.
아, 기현이는 동물을 좋아 한다.
꿈이 사육사라고 했던가...
따뜻한 원두커피 한잔 마시고 다시 출발한다.
하동 송림공원을 지나면서 강은 점점 바다를 닮아 간다.
섬진강댐에서 부터 시작 된 자전거길은 이 일정의 목적지인 망덕포구에서 끝이 난다.
전라남도 광양시 태인동, 망덕포구에 들어 섰다.
포구의 갯내가 밀려 온다.
산 깊은 골짜기에서 시작 된 여정이 어느새 바다를 만났다.
낯설다.
그리고 반갑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더구나 젖은 신발을 신었다.
목적지가 코 앞이다.
다 왔다.
아빠와 아들은 긴 얘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뜨거운 포옹을 했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그 끝은, 바다이다.
끝이 아니라 시작이기도 하다.
붉은 바다를 만나기 위해 잠시 이동을 했다.
이곳은 묘도(島)이다.
광양과 여수를 잇는 이순신대교 중간에 있다.
묘도에서 일정을 마친다.
기현아, 수고했다.
기현이와 아빠의 섬진강 도보여행은 EBS를 통해 방송됩니다.
일정은 확정되면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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