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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째,
아빠도, 아들도, 취재진도 별 말이 없다.
그만큼 지쳐간다는 얘기다.
추위와 바람, 온 몸에 전해져 오는 고통 속에서도 묵묵히 가던 길을 갈 수 밖에 없다.
새벽부터 눈보라가 매섭게 몰아 친다.
국사봉에서 옥정호 일출을 만나는 것으로 3일 째 일정을 시작한다.
일기예보는 9시 쯤부터 눈비 소식이 있었다. 하지만 숙소를 나서자 매서운 눈보라가 몰아 친다. 그림은 좋겠지만, '걷는 자'에게는 고통이다.
7시 30분을 훌쩍 넘긴 시간이지만 해는 보이지 않는다. 눈보라 속에 일출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하지만 눈 내린 옥정호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났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기현이는 눈사람을 만들고 있었다. 아빠와 함께, 처음으로 눈사람을 만들었다. 아마도 기현이가 해보고 싶었던 일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다시, 걷는다.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는 목적지를 향해.
4박 5일 내내 아침은 간단한 취사를 했지만 이날은 새벽부터 추위에 언 몸을 녹이기 위해 다슬기탕으로 먹었다. 뜨거운 국물이 그리운 아침이었다.
눈보라 속에 김용택 시인의 고향마을을 향하고 있다.
섬진강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구간을 지난다. 눈과 바람, 추위에도 아름다운 풍경 앞에 잠시 맘춰 선다.
김용택 시인의 고향 진뫼마을
눈보라는 잠시 멈췄다, 다시 시작하기를 반복한다. 참, 지랄같은 날씨다.
한치 앞도 분간하기 힘든 날씨. 그들은 걷는다. 왜 걷느냐고 묻지 않는다. '그냥' 걷는다. 강이 바다를 만나는 그곳까지.
김용택 시인의 글에 많이 등장하는 그 징검다리는 건널 수 없었다.
진뫼마을을 뒤로하고 천담마을로 향한다.
섬진강댐에서 광양 망덕포구까지는 자전거길이 조성되어 있다. 아쉬운 것은 급조한 느낌이 난다는 것.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는 구간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동차길로 이어진다.
천담마을에서 구담마을로 향하는 길. 멀리 강 건너 내룡마을 길이 보인다. 구담마을에서는 징검다리를 건너거나 멀리 강을 돌아가야 하는데, 전에 없던 다리가 보인다.
구담마을과 내룡마을을 연결하는 징검다리
구담마을에서 내려다 본 풍경.
구담마을 주변에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구담마을에서 내룡마을을 지나면 장구목이다.
장구목에 있는 요강바위. 깊이가 2m가 넘는다. 한국전쟁 때 주민들이 이 바위 속에 몸을 숨겨 화를 면했다고 한다.
기현이와 내가 신발을 바꿔 신은 후 발다박 통증은 없었지만, 힘든 기색이 역력하다. 이제 겨우 중학교 2학년인 기현이가 감당하기에는 쉽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완주에 대한 의지가 강해 끝까지 해내리라 믿는다.
눈은 그쳤지만 기온은 점점 내려가고 있다. 겨울 도보여행에서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추위보다 바람이다. 더구나 강길을 걷고 있지 않은가. 무시무시한 강바람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안다.
아빠와 아들이 버스를 기다린다. 공사구간이 많은 지역이라 다음 목적지인 곡성까지는 차로 이동했다.
'걷는 자'는 말이 없다. 묵묵히 걷고 있을 뿐이다. 나름 세운 목적지를 향해서 '그냥' 가는 것이다.
3일 째가 되면서 온 몸에 전해져 오는 고통은 심해진다. 사실, 말 할 힘도 없다.
다행인 것은 아직 어린 기현이가 잘 걷고 있다. 하룻밤 자고 나면 다시 힘을 내 걷는다.
기현이에게는 모든 게 처음인, 아빠와의 동행이 가장 소중했다.
4일 째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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