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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여행

[섬진강 도보여행 -1] 진안 데미샘에서 방화마을까지

by 눌산 2013.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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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섬진강이다.
4번 째 섬진강 도보여행을 다녀왔다.

이번 도보여행은 'EBS 행복한 학교 만들기' 촬영이 목적으로 주인공은 아버지와 중학교 2학년 아들 기현이다.

섬진강은 전라북도 진안 데미샘에서 발원하여 임실과 순창, 전라남도 곡성과 순천, 구례, 경상남도 하동군을 지나 전라남도 광양 망덕포구에서 남해바다로 스며드는. 길이 220km에 달하는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긴 강이다. 강의 길이는 220km지만 도보코스로는 240km 이상이다. 사람마다 걷는 길이 다르고, 현지 상황에 따라 걷다보면 그 길이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번 여행은 4박5일이라는 정해진 일정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 전 구간을 다 걷지는 못했다. 차량통행이 많은 지역이나 공사 중인 구간은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예정대로 일정을 마칠 수 있었다.


12월 9일.

데미샘 근처 진안 백운 면소재지에서 4박5일 간의 필요한 식량을 준비한다.
방송 촬영이지만 실제 걷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때에 따라서는 숙박업소나 식당이 없는 구간도 있다. 그래서 마을회관이나 민박 등으로 숙박은 해결하고, 식사 또한 대부분 이동 중 취사나 마을 회관에서 해결했다. 



근래에 데미샘 자연휴양림이 들어섰다. 
휴양림 관리사무소 앞에서 출발한다. 



부자는 4박5일 간 걸어서 갈 길을 둘러보고 각오를 다진다.
간간히 내리던 눈발이 이내 비로 바뀐다. 최악의 날씨다. 춥고 비오는 길을 걸어서 가야 한다.
협찬 받은 옷이 걱정된다. 방수도 안되고, 신발 또한 편해 보이지 않는다.



데미샘 가는 길.



섬진강 발원지 데미샘이다.
이 작고 보잘 것 없는 우물이 수 십, 수 백 번 크고 작은 개울 물을  받아 들여 거대한 강으로 변한다. 강을 따라 걷다보면 그 모습을 하나도 빠짐없이 만날 수 있다. 점점 규모가 커지는 과정을 말이다.



데미샘은 현재 공사 중이다. 표지판도 새로 세웠고, 정자도 만들고 있다.



 중학교 2학년 기현이는, 최악의 날씨에도 신이 났다.

왜?
아빠와 함께하는 여행이니까요.


데미샘을 오르는 동안 신이 나 뛰어왔던 기현이는 벌써 지쳤다. 하지만 반드시 완주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아빠와 함께하는 첫 여행이자, 첫 도보여행이 아닌가.



데미샘을 출발한 아버지와 아들이 걸어 간다.
빗줄기가 강해진다. 일회용 우비를 입었지만, 금방 온 몸이 젖었다. 방수도 안되는 옷과 불편한 신발이 무엇보다 걱정이다. 의지만으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는가. 기현이가 느끼는 240km는 분명 다르다. 아마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4박5일 간의 일정을 눌산은 책임지고 진행해야 한다.



점심식사 후 데미샘을 출발한 일행은 빗길 8시간을 걸어 방화마을 마을회관을 찾았다. 비와 바람, 추위에 사진도 찍을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의 조건이었다. 일정에 맞추기 위해 밤길을 걷는 무모한 도전도 했다. 안전을 위해 야광봉을 들고 야광조끼를 착용했지만, 썪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밤길에 도로변을 걷는 일은 무엇보다 위험하기 때문.

중간에 도로변 정자에서 라면으로 요기한 게 전부라 우선 저녁식사가 급했다. 하지만 방화마을 어르신들은 사정 얘기를 듣고 밥상부터 차린다. 당황스러울 만큼 후한 인심에 하루의 피로가 풀린다.



마을에서 연세가 가장 많으신 87세의 어르신은 기현이의 손을 꼭 잡고 위로와 용기의 말씀을 해주신다. 



증손자 뻘 되는 기현이의 다리를 주무르며 안타까운 표정이다. 기현이에게는 이런 느낌이 처음이라고 했다. 힘들었지만 다시 용기를 얻고 걸을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다 풀밭이여~
저희들에게는 최고의 성찬입니다.

이렇게 후한 밥상을 차려주시고도, 마을 어르신은 미안해 하신다.
얼마나 맛있는지 밥 두 그릇을 비웠다.



마을 어르신들과 이장님의 덕담이 이어지고, 마을회관에서 편히 자고 가라신다.

젖은 옷을 방바닥에 펴서 말리고, 신발은 신문 뭉치를 넣어 내일을 위한 준비를 한다.
마을 어르신들의 호의와 따뜻한 방바닥 덕분에 눕자마자 잠이 든다.





그저 지나가는 여행자를 아무 조건없이 먹여주고 재워주신 전라북도 진안군 마령면 계서리 방화마을의 '보라색 어르신'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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