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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강원도가 좋다.
때때로 떠오르는 그리운 얼굴처럼, 난 강원도를 떠올린다.
강원도가 좋았고, 그래서 그곳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오래 전 일이지만, 나에게는 훈장 같은 것이다.
무주에 살게 되면서부터는 먼 길이 되었지만, 이따금 찾는 강원도가, 그냥 좋다.
지난 12월 31일부터 1월 5일까지 강원도 여행을 했다.
EBS '좋은 학교 만들기' 프로그램 촬영이 목적이었지만, 나에게는 여행이었다.
무주에서 대전으로, 대전에서 KTX를 타고 광명역으로, 부천에서 일행과 합류해서 홍천으로. 총 1500km를 달린 긴 여정이었다.
2013년 12월 31일, 밤 11시가 다 되서야 홍천 자운리에 도착했다.
오랜 친구의 집에서 두 시간을 자고, 새벽 4시에 집을 나선다.
목적지는 방태산 구룡덕봉.
애초에 목적지는 구룡덕봉이 아닌 계방산이었다. 하지만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한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 되 급히 변경한 곳이 구룡덕봉이다. 구룡덕봉은 강원도에 살 때 수없이 오른 산이기에 친숙하다. 봄이면 곰취를 뜯으러 올랐고, 여름이면 그곳에서 야영을 하면서 별을 봤다. 그림처럼 펼쳐진 넓은 초원은 신세계였다.
광원리 월둔에서 구룡덕재(명지거리)까지는 친구의 SUV를 타고 올랐다. 5.5km 거리인 구룡덕재 가는 길은 눈이 쌓여 있어 최소 두 시간은 걸어야 하는 거리다. 일출이 목적이었기에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택한 방법이다.
새해 첫날 구룡덕봉 일출.
구룡덕봉(九龍德峰)은 용을 닮은 산봉우리가 아홉 개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05시 20분 구룡덕재를 출발한다.
7시가 다 되서야 어둠이 사라진다.
적당히 다져진 눈길을 걷는다.
정상이 가까와오자 푸석푸석해진 눈이 미끄럽다.
바람이 한 곳으로 몰아 놓은 눈이 족히 2m는 쌓여 있다.
오프로드 차량들이 지나간 흔적들이다.
멀리 정상이 보인다.
여명이 밝아 오는것을 보면서 걸음이 빨라진다.
일출 5분 전에 정상에 섯다.
구룡덕재에서 정상까지는 약 3km에 지나지 않지만, 눈길이라 2시간 20분이나 걸렸다.
2014년 첫 해가 떠오른다.
1,388m 구룡덕봉에서 만나는 일출은 남다르다.
산에서 바다에서 수없이 만난 해맞이지만, 감회가 새롭다.
구룡덕봉에 오른 것은, 아마도 10년은 더 된 것 같다.
난생 처음 소망을 빌어 본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멀리 방태산 주봉인 주억봉(1,444m)이 보인다.
아침해는 설산을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찰나의 순간에 만나는 이 아름다운 풍경 앞에, 다시 가족의 행복과 건강을 빌어 본다.
EBS 촬영팀과 함께 한 친구들이다.
칼바람에 주성이가 먼저 하산을 시작한다.
5박 6일 동안 잘 지내보자~
주성이 동생 주혁이도 뒤를 따른다.
이제 긴 여행의 시작이다.
아침가리를 지나 방동약수까지 걸어가야 한다.
두 시간 밖에못 잤지만, 아직은 볼만하다.
뒤로 보이는 구룡덕봉 정상.
내려가는 길은 발걸음이 가볍다.
가자~ 라면 먹으러~
다시, 그곳이다.
구룡덕봉 삼거리(구룡덕재).
양구 해안에서 광원리 월둔마을까지 '백두대간 트레일'이란 이름을 붙여 놨다. 기회가 되면 전 구간을 걸어 보고 싶다.
다음 목적지는 이 길이 지나는 아침가리 구간을 걸어 갈 예정이다.
오지 중의 오지라는 삼둔사가리의 중심 아침가리는 전기도 전화도 없는 오지마을이다.
홍천군 내면 광원리에서 인제군 기린면 방동리까지 약 20km 구간이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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