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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이야기

무주 '등나무운동장' 등꽃 개화

by 눌산 2017.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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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에는 '등나무 운동장'이 있다.

탄생 배경은 이렇다. 1997년 당시 무주군수에게는 고민이 하나 있었다. 크고 작은 행사가 열리는 공설운동장에 주민들의 참석이 저조했던 것.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늘이 없는 운동장에 장시간 앉아 있기 힘들다보니 주민들은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꺼려했던 것이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예산만 많다면 고민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정기용 건축가는 1996년부터 10여년 동안 무주에서 사람과 자연, 농촌마을 공동체를 고민하며 30여개의 공공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1997년 당시 무주 공설운동장에는 그늘이 없는 스텐드만 덩그러니 있는 상태였다. 높은 사람들은 본부석 그늘에 앉아 있고, 주민들은 땡볕에서 벌선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공설운동장에 등나무를 심어 그늘을 드리우게 했다. 자신의 저서인 ‘감응의 건축’(2008)에서 ‘등나무운동장은 무주에서 10여년 동안 한 일 중 가장 인상 깊고 감동적이며 필자를 많이 가르치게 한 프로젝트다’라며 ‘서울에는 상암월드컵경기장이 있고 무주에는 등나무운동장이 있다’라고 소개하며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등나무운동장의 탄생 배경 자체가 드라마틱하다. 대한민국 최고의 건축가가 극찬을 했을 정도니까.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 시작해서, 저예산으로 최고의 효과를 올릴 수 있었다. 혹시라도 시간이 흘러 예산이 풍족해졌을 때 등나무를 뽑아내고 현대식 시설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매년 4월 말에서 5월 중순 사이에 무주 등나무운동장에는 꽃불이 켜진다.  운동장 스탠드를 빙 둘러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보랏빛 등꽃이 만발한 풍경을 상상해 보라. 정기용 건축가는 스탠드 맨 뒷줄 끝에서 끝까지 걸어 보기를 추천했다.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가장 아름답게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이다.

 

 

 

등나무 운동장을 처음 방문한 이라면 누구나 감탄한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등꽃이 만발한 봄날, 정기용 건축가와 무주 군민의 마음을 기억하며 등나무운동장을 천천히 걸어보길 권한다.

 

 

오늘(26일) 현재 20% 정도 개화했다. 이번 주말부터 다음 주말까지가 가장 보기 좋을 듯하다.

 

 

 

 

등나무운동장 옆에는 호남 최고의 누각이라 불리는 한풍루(寒風樓)가 있다. 넓은 잔디밭과 함께 쉬어가기 좋은 그늘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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