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원형으로 크게 휜 골짜기가 영락없는 활 모양이다. 그래서 지명도 궁대(弓垈)다. 덕유산 서쪽 사면 아래 큰 분지인 무주 안성면 소재지에서도 십리 가량 떨어진 외진 골짜기. 어제 오늘 한낮 기온이 좀 높긴 했지만, 마을에 들어서면 몸으로 느껴질 만큼 포근하다. 좀 높은 지형에 올라 내려다보면 큰 분지 안에 또 하나의 작은 분지가 들어 앉아 있는 모양새다. 그럴 수밖에. 바람을 막아주고 볕을 오래 머무르게 하는 지형 덕이다. 궁대마을에는 13가구, 30여 명의 주민이 산다. 대부분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이다. 마을 이장 말로는 다른 마을에 비해 장수 노인이 많다고 했다.
우연히. 궁대마을에서 열아홉에 시집와 평생을 사셨다는, 92세 되신 어르신을 만났다. 말씀도 잘 하시고, 듣는 것도 무리가 없다.
“여그는 우리 조카집이여. 저 몬당에 있는 파란 지붕이 우리 집인디 마당에서 본께 조카며느리 혼자서 꼼지락거리고 있드라고. 손 좀 거들어 줄라고 왔어. 낼 김장헌다고 파 좀 다듬어 주고 마늘 까.”
“구십 둘이여. 울 영감도 삼년 전 구십 둘에 갔는디. 나는 아직 멀었것지? 영감이 데리러 오먼 몰라도.”
“큰배골 알아? 고방리 지나서. 거기서 가마 타고 시집왔어. 근디 시집올직에 저 안성재에 신작로를 낸다고 큰 소낭구들을 베 제쳐 놨더라고. 가마꾼들이 심들어 못 간다고 걸어가라대.”
“그때는 열아홉이믄 노처녀여. 열여섯에도 가고 그랬는디.”
“안성으로 시집가믄 보리밥 안 묵는다고 해서 왔는디, 웬걸 배골 보다 못햐. 근디 그때는 이타저타 말이라도 함부로 해깐디. 보리밥이라도 묵고 산 것이 다행이여.”
“근디 장가는 갔소? 간 것도 같고 안간 것도 같고...”
말씀도 잘 하시고, 귀도 밝고, 눈까지 밝은 어르신, 오래오래 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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