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키우며 산촌의 매력에 푹 빠져 살아요!
충북 영동 ‘행복한 달팽이 협동조합’ 우상희 조합장
온 나라가 힘든 여름을 보냈다. 사상 유례 없는 폭염에 지칠 대로 지쳐 연례행사 같은 피서마저 거른 이들이 많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폭염 후 태풍까지 왔으니. 부디 편안한 가을맞이가 되길 빌어 본다.
달팽이 사육과 체험 활동으로 되찾은 건강한 삶
“귀엽잖아요.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아세요?”
충북 영동군 상촌면 상도대리 달팽이 농장에서 만난 우상희 씨는 자신이 키우고 있는 달팽이를 가리키며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식용달팽이가 있다는 것은 다들 알겠지만, 국내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육 농가가 많지 않을 뿐더러 유통망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보니 대중화가 어려운 실정이다.
“식용달팽이를 사육해요. 음식점으로 팔려나가기도 하고, 애완용 킷 판매도 합니다. 농장을 방문하는 아이들과 달팽이 그림을 그리는 체험을 하기도 하고, 제가 직접 학교를 찾아가기도 합니다.”
10년 전 우상희(54) 씨는 지금의 산촌생활을 시작했다. 자신보다 10년 앞서 먼저 들어와 자리를 잡은 부모님 곁이다. 오랜 외국 생활로 인해 지치고 아픈 몸을 뉠 곳이 필요했다. 15년을 캐나다와 베트남에서 살았다. 전공은 시각디자인으로 출판, 인쇄, 매장 디자인, 간판 등 대형 쇼핑몰 전반을 디자인했다. 정해진 시간 없이 밤낮으로 일하다보니 몸이 망가진 것. 다행히도 부모님이 퇴직 후 정착한 영동에 터전이 마련되어 있어 고민 없이 귀촌을 결심하게 되었다. 도시생활만 했다는 우 씨의 산촌생활은 어땠을까.
“눈앞에 펼쳐진 초록이 저에게는 가장 큰 위안이 되었어요. 한국에 살 때도 서울에 살았기 때문에 평생 빌딩 숲만 보고 살아왔거든요. 그런 저에게 이곳은 천국이었죠.”
사진 : 레인보우영동 SNS홍보단 황인홍
우 씨가 살고 있는 충북 영동 상촌면에 대한 설명이 좀 필요하겠다. 경북 김천과 전북 무주, 충북 영동 3도(道)의 경계가 되는 삼도봉(三道峰)이 뒷산이다. 지형만 본다면 강원도 어디 사골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첩첩산중이다. 도마령, 우두령, 괘방령 등 어디에서 진입해도 고개를 넘어야 한다. 물한계곡, 고자천 등 사철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계곡과 긴 골짜기를 따라 옹기종기 들어앉은 마을에는 감나무와 호두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상촌면은 우리나라 호두의 최대 집산지다.
귀산 · 귀촌인을 여러 해 취재하면서도 달팽이 사육 농가는 보지 못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까?
“단순히 여자가 할 만한 일이다 싶었어요. 초기 비용과 노동력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 것도 이유 중 하나죠. 요즘 인기 있는 애완 달팽이는 비용이 저렴하고 사육 공간 제약이 없고, 유지 관리 비용도 거의 들지 않죠. 수명은 보통 10에서 15년 정도이고 야행성이라 주로 밤에 조용히 활동하기 때문에 생애 첫 애완동물을 접하는 어린 아이들에게 특히 좋다고 할 수 있답니다.”
우 씨가 얘기하는 사육법 또한 어렵지 않다. 전용 용기에 키울 경우 보통 3-4주에 한번 흙을 갈아주고 청소해 주면 된다. 팍팍한 도시생활에 늘 시간에 쫒기고 사는 현대인들에게는 더 없이 좋을 듯 싶다.
사진 : 레인보우영동 SNS홍보단 황인홍
지역사회활동에도 적극적인 우상희 조합장
우 씨는 식용달팽이보다는 애완달팽이 쪽에 관심이 더 많다. 협동조합을 만들어 서로 정보를 공유한다. 가장 문제가 달팽이 전용사료가 없다는 것이었는데, 조합원들과 함께 발효사료를 개발해서 쓴다. 발효사료는 여름에도 상하지 않는다. 상추, 오이 등 염분이 없는 채소나 칼슘보충제로 달걀껍질을 갈아 주기도 한다. 칼슘공급을 많이 해줄수록 달팽이는 빨리 자란다고 한다.
달팽이는 평균 한 번에 200개의 알을 낳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화 성공률은 관리 정도에 따라 70~90% 정도다. 생후 6개월이 지나면 성체가 돼 짝짓기가 가능해지고, 종에 따라 자웅동체인 경우도 있다.
우 씨의 농장은 봄부터 여름까지 체험이 많다. 주로 어린이와 초등학생들. 시설로는 달팽이 사육장인 비닐하우스 한 동과 컨테이너로 만든 체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시각디자인 전공을 십분 살려 컨테이너 또한 예사롭지 않게 꾸몄다. 도심의 카페를 연상케 하는 분위기다. 체험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어 교육청에서 우수체험처 인증도 받았다.
지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행사에도 참여 하고 있다. 청소년 진로체험축제와 영동 여성농촌창업페스티벌, 마을기업 박람회, 영동 포도축제와 와인축제 등에 ‘행복한 달팽이’ 이름으로 참가해 달팽이 사육과 요리 등을 선보였다.
행복한 달팽이 협동조합의 조합장을 맡고 있는 우 씨가 모든 체험을 담당한다. 농장에서 진행 중인 애완달팽이 체험은 달팽이를 반려동물로 기르기, 달팽이하우스 만들기, 달팽이를 이용한 요리로 달팽이 토핑 피자 만들기, 달팽이 수제 인형 같은 나만의 공예품 만들기까지 계절에 상관없이 언제든 체험할 수 있다. 분쇄한 달팽이와 치즈를 양송이버섯에 얹은 다음, 베이컨으로 돌돌 말아서 오븐에 구운 ‘달팽이 베이컨 말이’는 성인들을 위한 술안주로 제격이다.
사진 : 레인보우영동 SNS홍보단 황인홍
체험이 좀 한가해진 요즘은 영동 읍내로 출근한다. 지인 몇 명과 만든 영동와인시음판매장인 ‘와인애(愛)푸드협동조합’이다. 100군데나 된다는 영동의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대표 와인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소믈리에 교육을 받은 조합원들이 운영해요. 간단한 식사와 함께 포도의 고장 영동에서 생산되는 와인을 맛볼 수 있답니다.”
재래시장 내에 있는 와인애푸드협동조합은 영동을 방문하는 관광객들과 지역 주민들이 많이 찾는다. 전국적인 관심사인 재래시장 활성화와 맞물려 주말이면 프리마켓을 열고 주차공간을 확보했다. 와인하면 영동이 떠오를 만큼 대중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지만 여전히 수입 와인과 힘겨운 경쟁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쁘게 꾸미는 것을 좋아한다는 우 씨는 핸드메이드 인형 만들기와 퀼트 자수를 놓으며 겨울을 보낸다. 체험객이 오면 그가 만든 수제 인형으로 음식을 세팅하거나 인형 만들기 체험도 한다.
“이곳은 눈이 많이 와요. 눈 때문에 고립되기도 하죠. 그래서 겨울이 길어요. 워낙 추운 지방이라 겨울농사도 없죠. 꼼지락거리는 것을 좋아해서 시작한 일인데 사람들이 보고 즐거워 해주니 더 없이 행복한 일이죠.”
달팽이를 키우면서 체험활동을 진행하고 지역 특산품인 와인 협동조합 활동까지 바쁘게 살지만 몸과 마음은 언제나 웃고 있다는 우상희 씨. 그녀는 지금 행복한 산촌 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다.
행복한 달팽이 블로그 http://blog.naver.com/mrssnail
글·사진 눌산 여행작가
한국산지보전협회 산사랑 웹진 제22호 2018. 9+10 http://kfca.re.kr/sanFile/web22/02_01.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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