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공간을 지하화하여 주민이 주인이 되는 건물을 위해 군청 뒷마당을 비워두다.
외부 담장 허물고 부서 간 칸막이도 없애, 열린 공간을 만들다.
리노베이션 전의 타일 벽에 남겨진, 담쟁이넝쿨이 그린 벽화
군청(郡廳)은 군(郡)의 행정 사무를 맡아보는 기관이다. 무주군청은 무주군의 대표 행정기관으로 주민들의 다양한 민원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계획하고 집행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수백 명의 공무원들과 군민들이 근무하고 찾는 곳이다.
인구 24,400여명(2019년 6월 기준)의 소읍 무주군 청사는 건물이 낮고, 담이 없으며 소박하다. 또한 청사 앞마당과 뒷마당에 주차된 차량이 보이지 않는다. 간혹 옆 골목에 불법 주차된 차량이 보이긴 하지만 무주군청 주차장은 지하에 있다. 그리고 2009년 무주읍의 가장 중심지역 알짜배기 땅인 구(舊) 경찰서 부지에 차쉼터’라는 이름의 4층짜리 공영주차장이 지어져 극심한 주차난이 해소되면서 군청 주변 골목은 사람들이 걸어 다니기 편한 길로 바뀌었다.
무주군청은 정기용 건축가의 무주 공공건축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노후한 옛 건물을 그대로 두고 3층 증축과 뒷마당 주차공간을 지하화한 리노베이션’을 통해 새롭게 탄생되었다.
정기용 건축가는 무주군청 리노베이션을 계획하면서 가장 역점을 두고 진행했던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도시환경 속에서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줄 뿐만 아니라 그 도시에 사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줄 만큼 평화롭고 아름다운 건축이어야 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건축물이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주어서 격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친근하게 다가가고 시민들과 호흡하는 편안한 장소로서의 공적 영역의 특질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이다. 건축가는 여기서 사람과 건물을 격리시키는 가장 큰 요인으로 주차 문제를 뽑았다. 그런 의미에서 무주군청 리노베이션에 있어 가장 중심이 되는 사업은 기존 주차장을 지하화하여 뒷마당 공간을 주민들의 공간으로 남겨두는 것이었다.
리노베이션 전과 후, 무주군청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먼저 외부 담장이 없어졌고 내부 부서 간 칸막이도 사라졌다. 무주군민이라면 누구든, 언제든 찾아오라는 의미에서다. 그리고 뒷마당 주차장이 지하도 들어갔다. 무주읍의 가장 중심지역에 자리 잡은 군청 뒷마당은 사람들의 공간이 되었다. 넓은 잔디밭에는 휴식을 위한 의자가 놓여 있어 점심식사를 마친 군청 직원들과 주변 회사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이 뒷마당에 찾아와 쉬어 간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주말 벼룩시장을 열어 나눔과 소통의 장소로 이용되기도 한다.
민원실과 군청 별관을 잇는 회랑 역시 건축가의 세심한 배려에 의해 탄생됐다. 건물과 건물 사이 거리가 멀어 비가 내리거나 눈이 올 때, 우산 없이는 다니기 힘든 것을 보고 회랑을 만든 것이다. 지금은 머루넝쿨이 지붕을 덮어 회랑의 운치를 더하고 있다. 건축가는 회랑에 단순히 통로의 이상의 의미를 넘어 만남과 군청 직원뿐만이 아니라 민원을 위해 찾는 군민들을 위한 배려의 마음을 담았다.
또한, 과거 권위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관공서 건물 현관도 변화를 주었다. 대개 청사를 방문하는 VIP 차량이 우천 시 비를 맞지 않게 하기 위해 만들었던 건물 중앙의 돌출된 캐노피를 건축가는 평범하게 만들었으며 그 결과 테라스처럼 비워진 캐노피 상부 공간을 인터넷 카페로 만들었다. 리노베이션 당시는 요즘처럼 인터넷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좋지 않던 시절이라 지역 초등학생들과 군청 직원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있는 공간을 만든 것이다. 초등학생들과는 거리가 먼 군청이란 공간을 마음껏 드나들 수 있게 만든, 진정한 사람 중신의 공간이 탄생한 것이다.
정기용 건축가의 상징과도 같은 건물 외벽의 담쟁이 넝쿨 역시, 무주군청에서도 볼 수 있다. 본을 개축하면서 외벽은 알루미늄 복합 패널로 덧씌우고일부 벽면은 원래의 타일 벽 그대로 남겨두었다. 지금은 담쟁이 넝쿨이 리노베이션 전과 후 모습이라 할 수 있는 타일 벽과 알루미늄 복합 패널을 뒤덮고 있다. 정기용 건축가는 리노베이션이 끝난 한참 후, 이곳을 재방문했을 때 “담쟁이넝쿨이 그려낸 벽화가 마치 어떤 대가가 일부러 동양화를 그려 놓은 듯 너무나 아름다웠다.“라며 ”무기질인 건축 벽면의 한구석에 생명의 필치로 어루만진 자연의 손길은 그 어느 화가의 손으로도 대체할 수 없을 만큼 완벽했다.“라며 그때의 감동을 저서 ‘감응의 건축’에 기록했다.
무주군청 정문 현관을 나오면 남대천교를 마주하고 도로 양쪽에 오래된 상점들이 촘촘히 들어서 있다. 사람들의 모습이 이따금 보일 뿐 전혀 번잡스럽지 않다. 오래된 소읍의 전형적인 풍경이다. 과일가게, 신발가게, 분식점, 안경점과 화장품 가게도 보인다.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우체국 정문과 마주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부담스럽지는 않다. 오랜 시간 사람들과 함께해 온 만큼 친숙하다.
천천히 걸어서 무주 읍내를 한 바퀴 돌아보길 권한다. 군청 앞 좌우 차도와 인도의 일부 바닥재는 벽돌과 화강석 주먹돌을 깔았다. 한 시간 정도면 중심 상가 지역은 다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작은 소읍이지만, 인도(人道)의 주먹돌 바닥재의 흔적을 따라 걸으며 만나는 풍경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주자장이 지하로 사라지면서 걷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하는 마음에서 만든 바닥재였지만 자동차 속도 완화에도 효과가 있었다. 이처럼 무주 공공건축의 시작과 끝은 모두 ‘사람중심‘이었다.
[TIP] 무주군청에서 남대천 건너 지남공원과 등나무운동장은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무주군청 홈페이지 http://www.muju.go.kr 주소 : 전라북도 무주군 무주읍 주계로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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