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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 상징과도 같은 '다랭이논'을 찾아가는 길이다.
현란한 봄 촉제가 한창인 섬진강을 막 벗어나자
하늘과 맞닿은 계단식 다랭이논이 눈 앞에 펼쳐진다.
질기디 질긴 우리네 민초들의 삶이요,
처절하리 만치 생생한 삶의 현장 앞에 선 나 자신이 부끄럽기만 하다.
다랭이논을 오르내리며 봄농사 준비에 한창인 주름진 촌로의 모습은
감히 카메라를 들이밀 수 없는 당당함이 느껴지는, 그 어느 것으로도 담을 수 없는 큰산이었다.
큰 산. 지리산이 더 크게 보이는 이유는 바로 이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문수골의 밤나무밭. 문수골에는 농토가 따로 없다. 산이 곧 논이고 밭인 것이다.
수많은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그들은 그들만의 비법이 있었을 것이다.
변변한 평지 하나 없는 문수골에 다랭이논이 많은 이유이다.
살아 남고자 했기에 살 수 있었고,
지키고자 했기에 아직 남아 있는 대자연을 이렇게나마 만날 수 있으리라.
산아래 세상에서 벌어지는 더럽고 추잡한 일들을 그들은 모르리라,
아니, 알아서는 안 되는 일이고,
그냥 눈감고 느끼는 바람만을 세상의 전부로 알아줬으면....
세상을 바꾸겠다고 나선 이 땅의 지도자들보다
백배 천배 더 큰 메시지를 던져주는 그들이다.
내 잘남을 감추고, 내 못남을 드러내는 여유야말로 그들은 큰산이 되고도 남음직하다.
중대마을 다랭이논
구례 토지면 오미리에서 장장 30리 길을 오르고도 다 볼 수 없는 게 문수골이다.
노고단을 머리에 인 그 풍채가 절로 고개를 숙이게 한다.
누구하고 함께 해도 좋을 19번 국도를 타고 구례에서 하동을 향해 발을 내딛자
겨울 속의 봄을 느끼게 하는 보리밭이 펼쳐진다.
여린 봄바람이 좋다. 낯살을 간지르는게 꼭 어린애기 손장난 같다.
문수골 계곡
문수골의 시작은 수백년 전통의 양반 가옥 운조루에서부터 시작된다.
19번 국도에서 운조루를 왼편에 끼고
'지리산 반달곰이 있는 문수사' 표지판을 따라 좌회전하면 문수골의 시작이다.
문수골의 끝은 백제 성왕때 창건돼 임진왜란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폐사됐다가
1984년에 요사채를 시작으로 복원된 문수사.
문수골을 찾은 목적은 사실 문수사가 아니었다.
사람과 자연이 만든 걸작 중대마을의 다랭이 논을 보기 위해서다.
자연에 순응하는 삶이자,
자연에 몸을 낮출 줄 아는 심성 착한 지리산 사람들의 터전이었던 다랭이 논은 중대마을에 있다.
문수사 대웅전
허리 굽은 촌로의 봄 농사 준비가 한창이다.
골 깊은 문수천에는 아직 잔설이 가득하지만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의 변화는
그렇게 수천 년을 이어왔을 것이다.
문수사와 밤재를 둘러보는 마음은 그리 가볍지 않다.
제대로 남은 땅 하나 없는 지리산이라지만 이 깊은 골짝 끝까지 국적 없는 건물들로 가득하고
형형색색의 간판들로 어지럽기만 하다.
문수골에는 전원주택과 펜션이 여럿 있다.
돌멩이 하나하나 들어 다랭이 논을 쌓았던 지리산의 주인들이 모두 떠난 문수골을 상상해 본다.
물질문명의 이기(利己)들로 가득한.....,
지리산은 이제 또 다른 세상과의 공존을 모색중이다.
그래도, 그래도 지리산에 들면 좋은 건
속 좁은 우리네 인간들을 품어주고 다독거려주는 넉넉함이 있어서 일게다.
여린 마음 안고 지리산 언저리를 어슬렁 거리기만 해도 좀 나아지지 않던가.
섬진강 다슬기 맛을 볼 수 있는 집. 문수골 입구에서 하동 방향 간전교 앞에 있다.
<Tip>
구례에서 하동방향 19번 국도를 타고 가다 운조루를 막지나면서
곧바로 '지리산 반달곰이 있는 문수사' 표지판이 나온다.
좌회전하면 저수지를 지나 문수골의 시작. 국도에서 중대마을까지는 3.4km,
밤재 6km, 문수사는 약 7km.
구례에서 하동방향 19번 국도를 타고 가다 운조루를 막지나면서
곧바로 '지리산 반달곰이 있는 문수사' 표지판이 나온다.
좌회전하면 저수지를 지나 문수골의 시작. 국도에서 중대마을까지는 3.4km,
밤재 6km, 문수사는 약 7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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