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무진(無窮無盡)! 무주 한 바퀴-25 무주의 전통민속놀이
낙화놀이, 솟대제, 기절놀이, 무주농악, 뱃소배묻이굿놀이, 디딜방아액막이놀이
3년 만에 개최된 제26회 무주반딧불축제가 9일 동안의 일정을 마쳤다. 예년에 비해 공간 구성의 변화가 돋보였다는 평가다. 특히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다양해졌고, 야간에 볼거리가 많았다는 점, 최신 여행문화 중의 하나인 사진 찍기 좋은 포토존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어 관람객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2022년 무주반딧불축제에서 돋보였던 프로그램은 무주의 전통민속놀이 공연이다. 무주읍 산의실 솟대세우기를 시작으로 안성낙화놀이와 무풍 현내리 기절놀이, 무주농악보존회 공연, 부남면 뱃소배묻이굿놀이와 디딜방아액막이놀이가 남대천과 등나무운동장, 반딧불체육관에서 열리면서 축제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뜻밖의 선물을 안겨 주었다. 대개의 축제에서는 민속놀이 공연을 한두 번 정도 진행하지만 이번 무주반딧불축제는 여섯 팀이 참여해 총 9회 공연이 열렸다. 이에 대해 반딧불이가 주인공인데 민속놀이가 부각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무주의 대표적인 전통민속놀이들을 축제를 통해 관람할 수 있었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신명나는 흥과 화려한 민속놀이 공연
무주의 전통민속놀이는 ‘산의실 솟대세우기’로 시작했다. 무주반딧불축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무주읍 산의실 주민들이 풍년농사와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며 마을 입구에 솟대를 세워 오던 솟대제를 개막식이 열리는 축제 첫날에 행사장인 예체문화관 앞에서 진행했다. 농악대를 앞세우고 등장한 약 7m 길이의 솟대를 예년에 세워진 솟대와 함께 나란히 세운 후 주민들은 제를 올리고 뒤풀이 굿으로 놀이를 마무리했다.
무주농악보존회 공연도 개막일에 주무대가 있는 등나무운동장에서 열렸다. 무주농악보존회는 전라좌도 무주농악을 보존하고 널리 보급하기 위해 2017년에 만든 단체로, 역동적인 진풀이와 상모놀음이 특징이다. 40여 명으로 구성된 무주농악보존회 공연단은 창단 첫해에 열린 제36회 전북 시군농악경연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할 정도로 탄탄한 실력을 갖췄다. 무주에서 열리는 주요 행사 때마다 아름답고 흥겨운 소리와 상모놀음을 관광객과 외국인들에게 보여주면서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
저녁에는 안성면 두문마을 주민들이 진행하는 ‘안성낙화놀이’ 시연이 있었다. 불꽃놀이를 시작으로 낙화봉에 불을 붙이자 관람객들은 숨을 죽이고 불꽃이 휘날리는 장면을 감상했다. 최근 TV 예능프로그램에 낙화놀이가 등장하면서 관심이 높아진 탓인지 예년에 비해 많은 인파가 남대천에 모였다. 남대천을 가로지르는 8개의 줄에 걸린 3천여 개의 낙화봉의 불꽃이 절정에 다다르자, 관람객들의 스마트폰 불빛과 낙화놀이의 불꽃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빛의 향연이 펼쳐졌다.
축제 이튿날에는 ‘무풍 기절놀이’ 공연이 있었다. 기(旗)절놀이는 무풍면 현내리에 전해 내려오는 전통민속놀이다. 무풍장터가 위치한 북리마을(윗마을)과 고도마을(아랫마을)이 함께 하는 기절놀이의 기원은 확실하지 않지만, 일제 강점기에 중단되었다가 광복 이후에 부활되었고, 한국전쟁으로 인해 다시 중단된 이후 2008년 무주반딧불축제 때 부활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본래 음력 정월 대보름날에 행하던 현내리 기절놀이에서는 윗마을 농기가 대장기였다. 하여, 아랫마을 농기가 윗마을 농기를 만나면 먼저 아랫마을 농기가 대장기인 윗마을 농기에 절을 하고, 대장기가 답례를 하는 것이 기절놀이의 내용이다. 당산제를 시작으로 기절놀이, 줄다리기, 뒤풀이굿 순으로 진행된 이날의 기절놀이는 윗마을과 아랫마을의 두 대형 기가 등나무운동장을 꽉 채우며 공연 분위기를 압도했다. 이 광경을 처음 본 관객들은 웅장하고 아름다운 광경에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넷째 날에는 무주에서 처음 복원된 부남면의 ‘뱃소배묻이굿놀이’ 공연이 있었다. 금강이 흐르는 부남면 대소마을은 나룻배가 중요한 이동수단이었다. 대소마을의 뱃소, 즉 뱃터는 금강을 따라 충청지역까지 왕래하던 교역로였다. 특히 마을 사람들은 농사를 짓기 위해, 학생들은 학교를 가기 위해 배를 타고 강을 건너 다녀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뱃소배묻이굿놀이‘는 새로 만든 배를 처음으로 강에 띄울 때 행해지는 의식의 일종이었다. 부르기도 힘든 생소한 이름 때문에 공연을 시작하기 전까지 관객들은 다들 궁금해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무를 자르고 배를 만드는 과정을 재현하는 굿놀이를 보면서 공연을 이해할 수 있었다.
축제가 막바지에 이른 9월 2일에는 ‘부남 디딜방아액막이놀이‘가 진행됐다. 부남면민의날과 반딧불축제를 통해 여러 번 선을 보인 ‘디딜방아액막이놀이‘는 액운을 방지하고 복을 불러들이기 위한 민속놀이다. 전라북도 무형 문화재 제41호로 지정된 ‘부남 디딜방아액막이놀이‘는‘부남 방앗거리놀이’라고도 부른다. 모두 다섯 마당으로 이루어진 놀이는 길거리 굿을 시작으로 창거리 굿, 짓거리 굿, 합거리 굿, 마지막으로 뒤풀이 굿으로 구분되어 진행됐다.
오랜만에 여유롭게 무주의 대표 민속놀이를 관람할 수 있었다. 두 해를 거른 아쉬움이 커서 매 공연마다 시간을 꼼꼼히 체크해가며 공연장을 찾아 다녔다. 공연장마다 흥에 겨워 어깨를 들썩이며 시각적으로 화려한 공연 사진을 찍는 관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문득, 무주의 민속놀이만 모아 무주 전통민속놀이축제나 무주의 새로운 민속놀이 발굴을 위한 경연대회를 열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은 최근 여행트렌드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에 진행된 민속놀이 역시 사진 촬영을 위한 좋은 소재가 되어 SNS를 통해 빠르게 업로드 되었다. 이것이야말로 무주를 알리는 최고의 광고인 셈이다. 최고의 광고효과는 최고의 자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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