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구천동 33경을 따라 달리는 드라이브길과 어사길 트레킹
나제통문에서 구천동, 구천동 관광단지에서 백련사까지 이른 가을 풍경을 만나다!
무주 바깥의 사람들은 무주와 구천동을 하나로 본다. 하여, 구천동 33경이 아닌 ’무주구천동 33경’이라 부르는 것이 그들에겐 더 자연스럽다. 제1경인 나제통문을 시작으로 제2경 은구암, 제3경 청금대, 제4경 와룡담, 제5경 학소대, 제6경 일사대, 제7경 함벽소, 제8경 가의암, 제9경 추월담, 제10경 만조탄, 제11경 파회, 제12경 수심대, 제13경 세심대, 제14경 수경대, 제15경 월하탄, 제16경 인월담, 제17경 사자담, 제18경 청류동, 제19경 비파담, 제20경 다연대, 제21경 구월담, 제22경 금포탄, 제23경 호탄암, 제24경 청류계, 제25경 안심대, 제26경 신양담, 제27경 명경담, 제28경 구천 폭포, 제29경 백련담, 제30경 연화폭, 제31경 이속대, 제32경 백련사까지 28km에 이르는 구간 중 수려하고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지점에 각각의 이름을 붙인 후, 마지막 제33경인 덕유산 향적봉에서 33경의 마침표를 찍었다. 출입이 통제된 곳이 많아 33경을 모두 둘러볼 수는 없지만, 차를 타면서 명소 절반을 지나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이 되겠다.
‘한국의 이름다운 길 100‘에 선정된 나제통문~구천동 길
나제통문에서 구천동 가는 37번 국도에는 ‘정부 선정 한국의 이름다운 길(나제통문~구천동 구간 24km)’이라는 표지판에 세워져 있다. 자료를 찾아보니 2007년 건설교통부에서 선정한 ‘한국의 이름다운 길 100선’을 얘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료에는 ‘구천동 제1경 나제통문에서 신풍령 빼재까지’라고 나와 있었다. 전라북도에서는 진안과 전주를 연결하는 ‘모래재’와 고창의 ‘고창읍성의 산책로’, 남원의 ‘지리산 정령치’, 정읍의 ‘장회재 구간’ 등이 이 길에 포함됐다.
나제통문(羅濟通門)은 설천면 두길리 신두마을과 소천리 이남마을의 경계를 이루는 석모산에 위치한 바위굴이다. 삼국 시대 신라와 백제의 국경으로 추정되지만, 사실 일제 강점기에 무주에서 김천과 거창으로 이어지는 신작로를 내면서 우마차가 통행할 수 있도록 굴을 뚫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제통문 삼거리에서 37번 국도를 따라 구천동으로 향한다. 양지담 민가 마당에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추억으로 사진 한 컷 남기기에는 충분하다. 한때는 축제를 열 만큼 명성이 자자했던 벚꽃 터널도 지난다. 벚나무 가로수 옆으로 500여 미터에 이르는 나무 덱 산책로가 있어 잠시 걸어도 좋겠다.
구산마을 안으로 들어가 계곡으로 내려서면 제2경인 은구암이다. 계곡 옆으로 서 있는 기암이 거북이가 숨어 있는 형상이라 하여 은구암(隱龜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또 다른 이름으로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하던 곳이라 하여 강선대(降仙臺)라고도 부른다. 500미터 거리에 제3경인 청금대가 있지만 현재는 출입이 통제되어 있다.
제6경인 일사대에 있는 서벽정(棲碧亭)을 지은 구한말의 문신이자 우국지사인 송병선(1836~1905)은 중국의 무이구곡(武夷九曲)에 빗대 구천동의 무이구곡(은구암·와룡담·학소대·일사대·함벽소·가의암·추월담·만조탄·파회)을 정하였는데 그 중 은구암을 제1곡으로 꼽았다. 서벽정은 현재 무너진 옹벽 공사 중으로 문이 굳게 닫혀 있어 밖에서만 둘러볼 수 있다.
편도 1차선 도로인 37번 국도는 주차 공간이 거의 없다. 제11경 파회와 제12경 수심대의 주차장이 유일하다. 송병선이 이름 붙였다는 파회(巴洄)는 우람한 물보라를 일으키는 급류와 고요한 소(沼)가 한데 어우러진 풍경이 아름답다. 신라 때 일지대사가 맑은 물에 비치는 그림자를 보고 도를 깨우친 곳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제12경인 수심대는 물이 돌아 나가는 곳이라하여 수회(水回)라고도 불린다.
인월담에서 백련사까지, 어사길
‘한국의 이름다운 길’은 구천동 입구에서 끝난다. 무주구천동 33경은 구천동관광단지를 지나 백련사까지 어사길로 이어진다. 어사길 단풍은 이미 명성이 자자하다. 구천동은 오래전 화전민들이 살았던 곳으로 어사길은 그들이 다녔던 길의 일부다. 그래서일까, 구천동계곡을 따라 이어진 옛길을 걸으며 만나는 가을 풍경은 더 각별하게 다가온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느리게 걷는다. 속도보다는 보고 느끼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바람 소리, 새소리, 물소리, 하물며 낙엽 구르는 소리까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어사길 단풍의 절정은 10월 중순 무렵이다. 10월 15일과 16일에는 어사길 걷기 축제도 열린다.
어사길은 조선 후기 어사 박문수(1691∼1756)가 구천동을 찾아 주민들에게 횡포를 부리는 자들을 벌하고 사람의 도리를 바로 세웠다는 설화로 인해 붙여진 이름이다. 구천동 33경 중 16경인 인월담부터 32경인 백련사에 이르는 길로, 기존에 있던 어사길 입구에서 안심대(3.4km) 구간 외에 나머지 구간인 백련사 입구까지(1.2km) 복원공사를 거쳐 전체 4.6km 구간의 어사길이 완성됐다.
달을 새겨놓은 큰 연못이란 뜻의 무주구천동 16경인 인월담을 시작으로 17경 사자담, 19경 비파담, 20경 다연대가 이어진다. 비파담과 다연대 주변에는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놓여 있는데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산세와 계곡 풍경이 아름다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긴다.
인월담을 지나면 ‘소원성취의 문’과 ‘지혜의 문’이라 이름 붙인 바위를 지난다. 본래부터 그 자리에 있던 바위로 이 바위를 지나면 소원을 이루고,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재밌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어사길을 따라 무주구천동 33경 탐방은 계속된다.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 소리와 계곡의 물소리가 거문고를 타는 듯하여 이름 지어진 22경 금포탄, 호랑이의 서글픈 노랫소리가 들린다는 23경 호탄암, 울창한 수림과 기암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르는 24경 청류계, 구천동과 백련사를 오가는 사람들의 쉼터였다는 25경 안심대, 거울처럼 세상을 비춘다는 27경 명경담, 우렁찬 물소리의 28경 구천폭포와 30경 연화폭, 세속과의 이별을 뜻하는 31경 이속대 지나면 어사길은 32경 백련사에서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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