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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이야기

고수가 콩나물만큼 흔한 동네, 무주

by 눌산 2023.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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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전, 무주에 살기 시작하면서 제일 놀라웠던 일은 어느 식당을 가나 고수를 내온다는 것이었다. 

시금치 무침처럼 고수 무침이 나오고, 무채와 고수를 무친 고수 무채가 반찬으로 나왔다. 고깃집에 가면 쌈 채소와 함께 싱싱한 고수가 상에 올라왔다. 



무주가 고향인 친구는 고수가 없으면 “고수 없어요?”라고 할 정도로 무주사람들에게 고수가 친숙한 식자재라는 것을 알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이른 봄, 겨울을 난 고수는 뿌리째 먹는다. 고수 무채를 밥에 비벼 먹으며 사람들은 “이 맛이야!”를 당연히 외친다. 

심지어 무주 장날 장터에 가면 좁은 골목에 어르신들이 고수를 펼쳐 놓고 파는 일명 고수 골목도 있다. 고수를 싫어하는 사람이 이 골목을 지나간다면 인상을 찌푸리며 “이게 무슨 냄새야?”라고 할 정도로 골목 안은 고수 향으로 가득하다. 

무주에는 “무주 사람이 되려면 고수를 먹어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물론 그 말 때문은 아니지만, 무주에서 살다보니 향만 맡아도 질색했던 고수를 이제는 자연스럽게 먹게 되었다. 삼겹살에 고수가 없으면 앙꼬 없는 찐빵 먹는 맛이랄까.

고수 얘기하면 무주가 고향인 사람들은 별 반응이 없다. “고수가 뭐? 어려서부터 먹던 것인데 특별할 게 있어?”라고 말이다.



고수를 밥상에 올려 콩나물무침처럼 일상적으로 먹는 지역은 무주뿐이다. (혹시 또 있다면 알려주시길!) 하여, 고수는 무주를 대표하는 농산물 중 하나라고 감히 말해본다. 고수의 가치를 높이는 만큼 무주의 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억지만은 아닌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 



요즘 고수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을 시도하고 있다. 고수 버거, 고수 피자, 고수샌드위치, 고수샐러드, 고수 비빔밥 등. 고수 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고수 먹으러 무주에 간다!”라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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