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들은 나무에도 영혼이 있다고 믿었다. 그들의 나무에 대한 애정은, 마을 당산나무를 큰어른처럼 각별하게 대했던 우리 선조들의 삶과도 닮았다. 인디언들은 개척자들이 그들의 터전인 숲을 금광 개발을 위해 황량한 벌판으로 만들 때 목숨을 걸고 싸웠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여기, 벚나무 고목 두 그루를 애지중지 여기며 보살피는 마을이 있다. 이 마을 주민들은 벚나무 주변을 덮고 있던 콘크리트 덩어리를 걷어내면서까지 벚나무가 다시 건강해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노쇠한 벚나무에 새순이 돋고, 풍성한 꽃이
안성재를 넘어 안성면소재지 방향의 도로로 접어들면 첫 번째로 만나는 마을이 사교마을이다. 이 마을에는 ‘대구갈씨열부비’가 있는데, 벚나무 두 그루가 열부비를 지키듯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꽃이 피기 전이라면 마을 입구에 있어 느티나무로 오인하기 쉽다. 기자 역시 십수 년 전 이곳을 지나가다 나무의 수형이 독특해 가까이 다가가 보고서야 벚나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부터 매년 이즈음이면 사교마을 벚꽃을 보러 간다.
두 그루의 벚나무는 늙고 병들었다. 상처투성이의 본(本) 가지는 성한 곳이 없는데, 신기한 것은 새로 나온 가지에서 꽃을 피운다는 것이다. 죽어가고 있는 아름드리 밑동에 비해 가느다란 새 가지는 큼지막한 벚꽃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내 나이가 올해 팔십인데, 내가 어렸을 적에도 고목이었어. 아이들 둘이 안아도 다 안을 수 없을 만큼 컸지.”
벚나무 앞에서 만난 주민은 사교마을 사람이라면 벚나무에 얽힌 추억이 많다고 했다. 놀이터가 따로 없던 그 시절의 아이들은 벚나무 근처에서 놀았다. 나무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어 동굴처럼 드나들었고, 나무에 올라가 지나가는 아이들을 놀리기도 했다.
마을 앞 도로가 뚫리기 전, 윗마을인 두문이나 도촌, 안기마을 사람들은 안성장을 보러 다닐 때 지금의 벚나무 앞길을 지나다녔다. 오다가다 힘들면 나무 그늘에 앉아 쉬는 쉼터였기도 했고, 이 마을 저 마을 사람들이 만나는 만남의 장소이기도 했다.
벚나무는 본래 세 그루였다. 한 그루는 고사했고 지금의 두 그루가 남은 것인데, 정확히 언제 누가 심었는지는 마을 주민들도 알 수가 없다고 했다. 단지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는 족히 100년은 넘었을 것이라고 한다. 어떤 이들은 열부비가 146년 전에 세워진 것으로 보아 벚나무도 그 무렵에 함께 심었을 것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벚나무와 함께 100년 세월을 함께한 열부비의 주인인 대구 갈 씨 부인의 사연 또한 기구하다. “갈득성의 딸로 태어나 가난한 집안으로 출가한 갈 씨 부인은 25세의 어린 나이에 남편이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갈씨는 변덕이 심한 시어머니가 어느 날 가난을 핑계로 갈 씨에게 몹쓸 흉계를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엄동설한에 60리 길을 걸어 친정으로 피신했다. 그 후 시아버지가 운명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시댁으로 달려와 상을 치른 후 이곳에서 일생을 수절하며 살았다.”라는 내용으로 고종 12년(1875)에 열녀로 포상되었고, 열부비는 고종 14년(1877)에 ‘열부유인대구갈씨행적비’라는 비문을 붙여 지금의 자리에 세워졌다.
마을 주민들은 벚나무가 죽어가는 것이 안타까워 지난해에 나무 주변의 콘크리트를 걷어내었고 나무 밑에 의자를 갖다 놓았다. 예전처럼 사람들이 나무 그늘에 앉아 쉬어가라는 마음에서다. 열부비의 후손들은 마을 주민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지난 4월 8일에 돼지 한 마리를 잡아 마을 잔치를 열었다. 나무를 살리기 위한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과 그 마음에 감사할 줄 아는 후손들의 정성이 나무에까지 전달되어 벚나무 두 그루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꽃을 피울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알고 가면 좋은 tip]
4월 4일 현재 50% 정도 개화했다. 주중에 비가 내렸지만, 이번 주 초까지는 꽃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교마을회관(무주군 안성면 사교길 14)을 찾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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