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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이야기

백년해로 기원하던 무주 신무마을 연리지 나무

by 눌산 2023.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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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깊어가면서 연둣빛 신록은 초록빛으로 짙어 간다. 어젯밤에는 소쩍새 울음소리도 들렸다. 옛말에 소쩍새가 울면 모내기 준비한다라고 했는데, 봄마중 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봄과의 이별을 고해야 하는 시간이 온 것 같아 섭섭한 마음이다.

안성재를 넘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안성재를 기준으로 풍경이 달라진다. 덕유산의 장쾌한 능선이 펼쳐지고, 너른 들판 사이로 마을이 들어앉은 풍경은 언제 봐도 포근하다. 사교마을을 지나 19번 국도의 직선구간을 달리면서 창문을 살짝 내렸더니 보드라운 바람이 살랑이며 들어온다. 속도를 늦추고, 창문을 더 내린다. 봄 농사를 준비하는 들녘의 농부들 모습이 정겹다.

목적지는 안성면 죽천리 신무마을이다. 예전부터 이곳을 지나다니면서 예사롭지 않은 나무 두 그루를 봐왔던 터라, 오늘은 마음먹고 신무마을 나무 이야기를 취재해볼 요량이다.

유난히 부부 금실이 좋다는 신무마을

신무마을 회관 앞에는 아름드리 느티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수령은 200년은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무 사이에 서서 위를 바라보면, 두 나무가 따로따로 가지 하나씩을 뻗어 서로 이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영락없이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으로, 뿌리가 다른 나무의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한 나무처럼 자라는 연리지(連理枝).

연리지는 우리나라에 더러 있긴 하지만 매우 희귀한 현상이다. 두 나무가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 때문에 연리지는 남녀 혹은 애틋한 부부의 사랑에 비유되기도 하고, 효성이 지극한 부모와 자식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신무마을 주민들에게 연리지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이정수(74) 씨는 내가 어렸을 적에도 지금처럼 나무가 컸어. 그때도 지금처럼 나뭇가지가 붙어 있었지.”라면서 한국전쟁 때 인민군들이 나무에 총을 쏴서 큰 구멍이 나 있었는데, 그 구멍 속으로 들락날락하면서 놀기도 했지. 연리지가 동네 얘들 놀이터였어.”라고 옛날을 회상했다. 나무 구멍은 현재 상처치료제를 덧대어 놓아 보이지 않는다.

마을 노인회장인 길권식(78) 씨도 연리지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했다.

옛날에는 우리 마을로 장가오는 신랑이랑 신부가 저 나무 앞에서 절을 했어. 나무처럼 오래오래 사랑하면서 살게 해달라고 빌었지. 저 연리지 때문인지 몰라도 우리 마을 사람들은 다들 부부 금실이 좋아.”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 이따금 사람들이 찾아와 연리지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젊은 연인도 있고, 중년의 부부들도 있다고 한다. 마을 펜션을 운영하는 김영임 사무장은 우리 펜션에 오는 사람들에게 꼭 이 연리지를 소개해요. 그러면 대부분의 커플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갑니다라고 했다. 예사롭지 않은 두 나무처럼 두 사람의 사랑이 오래도록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일 것이다.

취재하는 동안 한바탕 시원스럽게 소낙비가 내렸다. 느티나무의 연둣빛 새잎이 그새 더 진해졌다.

[알고 가면 좋은 TIP]

전라북도 무주군 안성면 죽천리 791-1(안성면 원통사로 207) 신무마을회관을 찾아간다. 연리지는 마을회관 바로 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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