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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이야기

여기가 우리 동네 여름 명당! 무주 정천마을

by 눌산 2023.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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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우리 동네 여름 명당! 청량한 숲 바람이 불어오는 정천마을 풀동산

때 이른 6월 더위가 한여름 날씨 못지않다. 뜨거운 햇살보다 습도가 높은 후텁지근한 날씨에 더위가 더 느껴진다. 6월 더위가 이 정도니 한여름에는 어찌 살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덥다고 에어컨을 끼고 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디가 좋을까. 시원한 숲 그늘이면 최고겠다. 거기에 앉기도 하고 누우면 더 좋을, 넓은 평상이 있고, 산들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숲.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안성면 덕산리 정천마을에 가면 그런 숲이 있다. 동서남북 사방이 확 트인 야트막한 뒷동산에 올라가 있으면 그 시원함이 에어컨 바람 부럽지 않다.

풀썰매 타던 풀동산과 돌담길

정천마을은 해발 500m 즈음에 위치한 산골이지만, 평지에 자리 잡고 있다. 주변에 높은 산이 없고 사방이 탁 트여 있어 덥고 추울 것이라고 짐작되지만, 주민 이광복 씨는 안성에서 우리 동네만큼 시원한 데가 없어요. 저기 풀동산에 한번 올라가 봐요. 얼마나 시원한지 내려오기 싫을걸요.”라며 마을 북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보기에는 야트막한 언덕 정도로 보이지만, 마을에서는 가장 높은 곳이다. 마을회관 맞은편 골목을 따라 풀동산으로 향했다.

소나무와 활엽수 잡목이 우거진 풀동산은 수십 년 전에만 해도 나무 한 그루 없는 민둥산이었다. 나무는 없고 풀만 있어 정천마을 아이들은 이곳에서 비료 포대를 깔고 앉아 눈썰매처럼 풀썰매를 타고 놀았다. 어른들은 뒷동산이라 불렀지만, 아이들은 풀동산이라 불렀다.

그 옛날의 민둥산은 이제 숲이 되었다. 소나무 몇 그루를 제외하면 큰 나무는 아직 많지 않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제법 숲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최근에 소공원을 조성하면서 야자잎 매트를 깔아 놓은 덕분에 쉽게 숲으로 들어갈 수 있다.

평상에 앉아 쉬고 있던 주민은 여기가 우리 동네 명당이요!”라면서 와서 앉아 보기를 권했다. 순간 거짓말처럼 바람이 숲 북쪽에서 불어왔다. 더운 여름날에 무색하리만치 세찬 된바람이었다. 더위와 땀이 한순간 사라진 걸 보니 풀동산이 정천마을 사람들이 여름 명당이라고 하는 이유를 알겠다.

풀동산에서는 마을에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동산 아래는 보기만 해도 뜨거운 한낮 햇살이 내리쬐고 있다. 내려가기 싫은 걸음을 떼었다.

정천마을에서 수락마을 가는 길목에는 수령 300년 된 느티나무도 한 그루 있다. 풀동산 못지 않게 시원하고 넉넉한 그늘을 드리운 느티나무는 윗마을인 웃담 주민들의 휴식처다.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둥글둥글한 강 돌로 쌓은 돌담이 가지런히 정돈된 채 집과 집을 잇고 있었다. 다름 아닌 최근 마무리한 새뜰사업 덕분이다. 새뜰사업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취약지역 생활 여건 개조사업으로 지난 3년 동안 슬레이트 지붕 개량, 빈집 및 담장 정비 등을 진행해 왔다. 이 사업을 통해 새로 쌓은 돌담의 길이가 무려 900m에 달한다.

정갈한 돌담으로 이어진 골목 안을 들어가면 마을 안길이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다. 어느 골목으로 들어가도 동네를 한 바퀴 돌아 나올 수 있다.

나무를 심어 보기 좋게 가꾼 집, 소나무 분재로 가득 채운 집, 텃밭 반, 꽃밭 반을 가꾼 집 등, 집마다 마당 풍경도 다양하다. 낮은 담장 너머로 보이는 예쁘게 꾸며 놓은 집 마당을 살짝 엿보는 것도 골목길을 걸으면서 누릴 수 있는 호사다.

그중에 수락마을에서 시집을 와 수라기댁으로 불리는,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시지만 며느리가 살며 가꾼 그 댁 마당은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본채와 아래채 사이, 예전에는 텃밭으로 썼을 마당이 온통 꽃 천지라서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정천마을에는 현재 51가구에 9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한다. 마을에는 이 외에도 200년 된 우물 두 개와 마을 입구의 돌탑이 아직도 건재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도탐이라 부르는 돌탑은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의 역할을 하고 있다. 옛것이 남아 있지 않은 이 시대, 정천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전통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무주신문 2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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