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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오지

동강 주민들의 비상구 정선 뱅뱅이재

by 눌산 2008.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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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고성리에서 운치리-가수리-귤암리-광하리로 이어지는 약 22km 구간은 동강 트레킹의 명소로 가장 쉽게 동강과 만날 수 있는 길이다. 하지만 여름이면 수량이 불어나 길은 물에 잠기게 되고 주민들은 잠시 고립 상태가 되기도 하는데, 그럴 때 주민들이 이용하는 길 중 하나가 바로 뱅뱅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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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리에서 만난 동강


하나같이 깎아지를 듯 한 절벽에 앞으로는 강이 뒤로는 산이 막고 선 마을 사람들의 유일한 통로는 그래도 고갯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고갯길도 이제는 사라져버렸다. 옛길이란 이름으로 남아 추억을 더듬는 여행자들만이 간간이 넘나들 뿐이다. 줄배가 이어주던 대부분의 강 건너 마을들은 이제 다리를 건너 오가고 있고, 하나둘 사라지는 토담집과 그토록 한적하던 분위기는 곳곳에서 행해지고 있는 도로공사와 건물 신축 공사로 인해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빠르게 변해 가는 동강은 이제 장보러 넘나들던 고갯길까지도 함께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42번 국도와 맞닿은 광하리에 비해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나는 곳이 귤암리로 강 건너에 있어 비라도 오는 날이면 물이 불어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로 고립되기 일쑤였고 그래서 주민들은 마을 뒤 병방산(819.2m)을 가르는 뱅뱅이재를 넘어 정선 나들이를 했다. 뱅뱅이재는 정선읍 쪽에 비해 급경사인 병방산을 뱅글뱅글 돌아 내려간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북실리 사람들은 멀구치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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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은 여전히 맑다.

아무튼 42번 국도를 따라 솔치재를 넘어가야 하고, 가끔은 유명무실해지는 강을 따라가는 길에 비해 거리도 가깝고 시간도 단축되는 뱅뱅이재는 모평이나 귤암리 주민들에게 있어 비상구이자 주 통로였던 셈이다. 귤암리 주민들이 자동차로 바깥나들이를 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강가 절벽을 따라 42번 국도가 지나는 광하리까지 겨우 한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는 좁은 오솔길이 관청의 도움을 받은 주민들이 버스가 다닐 정도의 넓은 길을 뚫은 것이 지난 84년으로 불과 24년 전의 일이다. 어려운 시절의 이야기는 이제 나와는 상관없는 남의 일이 될 것이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고단한 삶의 흔적들을 어서 지우고 싶은 마음에 너도나도 변화의 물결을 탈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되어 버렸으니까.


뱅뱅이재를 찾아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정선터미널을 지나 현대아파트 맞은편 골목길 끝에 있는 아리랑 아파트가 들목으로 좌측으로는 기우산과 조양산 등산로가 있고, 아파트 단지 안을 지나 골짜기를 파고드는 콘크리트 포장길이 뱅뱅이재 가는 길이다. 이 골짜기에도 한때는 10가구가 넘게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 흔적조차도 찾아보기 힘들다. 간간히 만나는 고추나 감자가 심어진 돌밭이 전부다. 잘 닦인 이 길은 한전의 송전탑 공사 때문에 뚫린 길로 산 정상까지 이어진다. 아리랑 아파트 주차장에서 2km 쯤 급경사 길을 오르면 갈림길 하나가 나오는데, 송전탑 가는 길인 좌측 길을 버리고 우측 새로 닦인 길로 200m쯤 다가가면 아찔한 절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뱅글뱅글 돌아가는 뱅뱅이재가 시작되는 지점으로 하회나 회룡포의 물돌이동을 쏙 빼 닮은 조양강(정선 땅을 지나는 동강)의 눈부신 광경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한반도 지형을 닮은 정선 북평면의 상정바위와 비슷하다. 나팔봉에서 길게 뻗어 내린 산등성이가 조양강 물속으로 풍덩 고개를 떨어뜨리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자연의 조화 앞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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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뱅이재에서 만난 동강(조양강)


뱅뱅이재 전망대에서 50m 쯤 되돌아나가면 우측 소나무 숲속으로 난 희미한 길이 보인다. 뱅뱅이재가 자리한 병방산을 찾은 등산객들의 리본을 따라가면 서서히 내리막을 타게 된다. 숲길은 사람이 다니지 않은지 꽤 오래되 보인다. 수풀이 우거져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길을 잃기 쉬운데, 30분쯤 완만한 내리막을 내려서면 이곳을 오가던 주민들이 쌓았을 것으로 보이는 한 무더기의 돌탑을 만난다. 길은 이제 급경사로 지그재그 좌우를 오가며 어지러울 정도로 아찔한 낙하를 하게 된다. 1시간 쯤 그렇게 내려서면 절벽처럼 버티고 선 병방산을 뒤로하고 귤암리의 강변길을 만나며 뱅뱅이재 옛길은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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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박골 식당의 곤드레나물밥



[Tip] 정선오일장(2,7일)에 가면 정선의 맛을 볼 수 있다. 콧등치기 국수, 올챙이국수, 배추 부치기 등. 저렴한 가격에 맛 볼 수 있는 별미가 아닐 수 없다. 정선의 명물은 뭐니 뭐니 해도 곤드레나물밥이다. 뿌리는 멧돼지가 파먹고 이파리는 노루가 먹는다는 곤드레는 나물의 일종으로 그만큼 향이 좋다는데서 나온 말이다. 곤드레나물밥은 동박골식당이 잘한다. 정선읍 봉양리에 있다.(033-563-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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