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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오지

우리 땅이름 이야기 / 강원도 영월 두만동(斗滿洞)

by 눌산 2008.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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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골 안 마을, '둠안'이 '두만'으로

중앙고속도로 신림 나들목을 빠져나오면 제천을 거치지 않고 영월 땅으로 바로 접어들 수 있는 88번 지방도로가 있다. 고갯길 아래로 터널을 뚫어 예전에 비해 길이 많이 좋아져 지나는 차량이 빈번해진 곳으로 영월을 목적지로 한다면 지름길과도 같은 곳. 신림터널을 지나면 주천을 못미처 찐빵 냄새 가득한 황둔이 나오는데, 여기서 좌측으로 방향을 바꾸면 여름철 행락객들의 천국 서마니(섬안이(島內))강.

비교적 너른 들을 가진 황둔에 비해 첩첩산중으로 들어가는 길목으로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인 섬마을이다. 횡성과 평창의 태기산에서 발원한 둔내와 안흥을 거친 주천강은 강림에서 치악천에서 흘러 온 물과 합류하고, 도원리 섬안이에서는 또 황둔천을 받아들인다. 복주머니 형상으로 황둔천과 주천강은 섬안이를 곡류하여 흐르게 되는데, 밖에서 보면 섬과 같은 모양이라 붙여진 지명으로 쓸만한 농토까지 있어 예전에는 사람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황둔을 지나면서 간간이 만나는 음식점 간판을 보면 '서만이' 라고 쓴 곳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섬안'을 발음 그대로 서만이라한 경우. 황둔천과 멀어지는 섬안이의 상류와 하류를 일컬어 주천강이라 하는데, 골 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겹겹이 산 병풍을 두룬 듯 하늘은 좁아지는 형국으로 한서린 단종의 유배 길과 함께 조선 3대 왕 태종(太宗) 이방원의 애틋한 사연이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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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천강에 놓인 섶다리


먼저 행정상으로 영월군 주천면의 두산리(斗山里)를 찾아보자. 1914년에는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행정구역 개편이 이루어져 우리 땅이름의 일대 변혁이 일어났는데, 물론 본래와 근접한 지명을 유지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 한 글자씩 따 붙이는 형식으로 변질된 곳들이 많다. 이 곳 두산리도 마찬가지. 지금의 두산리 중심마을 격인 두만동(斗滿洞)의 '斗'자와 배향산  (拜向山)의'山'자를 따 두산리(斗山里)가 된 경우다. 이리저리 연결하면 다 의미는 있겠지만 두만동이 두산리로 변한 것만은 분명한 일.
두산리가 자리한 지형을 보면 매봉산(850.6m)과 배향산(808.1m)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해발 7-800m를 오르내리는 수많은 산과 산이 겹겹이 두루고 있는 것이다. 본래 지명인 두만동도 이 지형적인 영향으로 생긴 것을 볼 수 있는데,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골짜기' 또는 '산 안쪽'이란 뜻의 '둠안'이 '두만'으로 바뀐 것으로 순 우리말 지명인 것이다.
한자로 '斗滿'으로 표기하게 된 것과 관련해 또다른 이야기가 전해오는데, 옛날 이 마을에 관청에 짐승을 잡아 바치는 유명한 관포(官砲) 한두만(韓斗滿)이라는 사람이 살았다고 한다. 마을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한 한두만이 사는 마을이라 하여 두만동(斗滿洞)이란 지명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두만동에가면 지금도 수백년된 노송군락을 만날 수 있다. 이것은 황장목(黃腸木)으로 속이 누런빛을 띄는 오래 묵은 큰 소나무를 말한다. 왕실이나 양반님네들의 관(棺)을 짜는데 쓰는 소나무로 이를 보호하고 관리하기 위해 세운 '황장금표비(黃腸禁慓碑)'가 두만동 서쪽 골짜기인 황장골(황정골) 어귀에 남아있다. 황장목은 엄격한 보호를 받았는데, 이를 베거나 법을 어겼을 경우 관리가 귀양을 갈 정도였다 한다. 황장목은 경상북도 울진 소광리에 가도 그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소광리는 적송(한국송)의 최대 집산지로 익히 알려져 있고, 천연기념물로 보호받고 있는 5백년된 소나무가 있는 곳. 두만동과 똑 같은 의미의 '황장금표비(黃腸禁慓碑)'가 소광천 개울가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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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천강 풍경


둔덕 위의 마을이란 뜻의 '두릉골', 배향산 아래 마을이란 뜻의 '배향골' 등 두산리에는 이 외에도 산과 관련된 우리 땅이름을 여러 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일제시대 행정구역 개편을 하면서 대부분 한자화되버렸지만 이렇게 순우리말 지명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지금껏 그대로 불러준 원주민들에게 참으로 고맙고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따지고 보면 이 땅을 지켜온 이들이 가장 평범한 민초들이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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