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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간 오지에도 도로가 뚫리면서 좀 더 빠르고 편하게 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편리해진 만큼의 댓가도 치루어야 한다. 그만큼의 자연이 파괴되고 또 다른 소통이 이루어지면서 그에 따른 피해도 생기게 된다. 소통은 원활한 관계가 수반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444번 지방도로가 그렇다. 31번 국도가 지나는 상남에서 56번 국도와 만나기까지는 오지 속의 오지로 소문난 미산과 살둔을 지나야 한다. 막혔던 길이 뚫린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아마도 10년 쯤 된 것 같다. 4륜 구동으로도 갈 수 없었던 그 길은 이제 시속 80km로 달려도 좋을 만큼 뻥 뚫렸다. 우후죽순 펜션과 가든이 들어서고 떼거지로 몰려드는 사람들로 옛날의 그 모습은 눈 씻고도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
산 밑으로 희미한 옛길의 흔적이 보인다. 저 길을 걸어서 다녔다. 내내 미산계곡을 곁에 두고 걷는 이 길은 최고의 트레킹 코스였다. 봄에 만나는 철쭉은 그 유명한 주왕산 수달래 못지 않았고, 천불동 부럽지 않은 가을 단풍 또한 기가막힐 정도였다. 하지만 도로가 생기면서 이리 저리 싹뚝 잘려 나간 길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산꾼들의 아지트요, 산이 반 물이 반이라는 뜻의 산반수반정으로 불리던 살둔산장이 멀리 보인다. 때론 산이 반 술이 반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붙인 이름이 산반주반정. 하지만 다 옛말이다. 호산 이상주 님이 산장지기를 내놓고 떠난 이후로는 그 맛을 느껴보지 못했다. 이렇게 먼발치서 짝사랑하는 여인을 훔쳐보듯 힐끔 한번 쳐다보고 지나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산장은 그대로지만 내가 변한 탓이겠지.
살둔마을은 물돌이동이다. 역시 다리가 놓이면서 그 맛은 사라졌다. 절벽에 부딪쳐 아침을 열던 그 물소리가 그립다. 콩밭메는 아낙네야~~를 열창하던 호산님이 그립다.
살둔 고갯마루에 서면 어색한 한반도 지형을 만날 수 있다. 저 멀리 깊숙히 들어 앉은 골짜기가 아현골이고, 그 뒷산이 침석봉이다. 그 뒤로는 개인산과 방태산이 첩첩히 두루고 있다.
GMC 트럭. 사람들은 제무시라고 불렀다. 수십년 된 트럭이지만 강원도 산간 지역에서는 아직도 건재하다.
해발 1,089m 운두령 길.
운두령 너머 속사에서 만난 친구가 지었다는 멋진 귀틀집이다. 이승복 생가 바로 입구에 있다. 저런 집을 지어주겠다던 친구는 요즘 바쁘다. 약속 꼭 지켜라!!^^
속사의 이승복 기념관. 친구는 이 학교를 다녔단다.
친구의 집이다. 자기 집만 열심히 짓더니 요즘은 남의 집 지으로 다닌다. 집 짓는게 취미고 직업이다. 처마에는 내가 만들어 놓은 설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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