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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상산 자락 골짜기 마다에는 사람의 마을이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전 얘기지만요. 보기에는 거대한 바위덩어리로 보이지만 실제 안으로 들어가면 수십개의 골짜기가 있습니다. 흙에 뭍힌 돌담 같은 집터의 흔적과 논과 밭으로 쓰이던 곳들은 나무가 자라 자연스럽게 자연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사람이 떠난 골짜기는 동물들의 천국이 되었습니다.
어제, 그 골짜기 중 한 곳을 찾았습니다. 혹 봄의 흔적을 만날 수 있을까 해서죠. 이른 봄날씨에 곱게 핀 꽃 한송이 만나고 싶은 마음에서죠. 꽃은 만나지 못했고, 당연히 아직 이르니까요. 그런데 봐서는 안 될 야생동물을 잡기 위해 설치한 올무만 보고 왔습니다.
겨울산을 좋아합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맨 몸을 드러낸 모습을요. 이 골짜기에도 곧 봄 기운이 가득하겠지요.
고라니의 거시기입니다.^^ 사람이 떠난 골짜기는 동물들의 천국이 되었습니다. 멧돼지 고라니 토끼 같은.
고라니를 잡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올무입니다. 얼마나 큰지 사람도 잡겠습니다.
동물들도 다니는 길이 있습니다. 아무데나 다니지 않는다는 얘기지요. 그래서 올무도 이런 길을 중심으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눈 쌓인 겨울 산행을 하다 종종 길을 잃어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멧돼지 같은 큰 동물들이 지나간 흔적을 등산로로 착각하고 따라가다 보면 대부분 계곡 물이 흐르는 곳에서 끝이 납니다. 물을 먹기 위해 떼지어 지나간 것이죠. 만물의 영장 사람이 멧돼지 한테 당한겁니다.^^
잠깐 사이에 일곱 개의 올무를 봤습니다. 다행이도 동물이 잡힌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건 한 장소에 두 개가 설치 된 모습입니다. 이 길을 동물이 지나간다면 꼼짝없이 걸려들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꽃은 아직 이르지만 노루발풀은 흔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저 녀석은 한 겨울에도 잎이 저렇게 싱싱합니다.
노루발풀은 여름꽃입니다. 지난해 핀 꽃대가 그대로 서 있습니다.
농사 짓는 분들에게 고라니나 멧돼지 같은 동물들은 천적입니다. 애써지은 농작물을 순식간에 먹어치우니까요. 뉴스에도 종종 보도 되지만 한 해 농사를 다 망칠 만큼 심각할 정도라고 합니다. 논 한가운데 TV를 틀어논 경우도 봤습니다. 멧돼지가 벼까지 먹어치우니 그렇게라도 막아 볼 요량으로요. 개를 밭두렁에 묶어 논다든가, 밤을 새서 순찰을 돌기도 합니다. 그만큼 개체수가 늘어났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이런 유해동물들을 포획하기 위해서는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허가가 날때는 이미 늦었다는 얘깁니다. 동물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매년 되풀이 되는 농작물 피해 문제는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제 만난 올무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요. 사람과 동물이 적당이 어울려 살수만 있다면 참 좋을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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