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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내노라하는 동백 산행 명소는 많습니다. 강진의 만덕산, 해남의 두륜산, 보길도의 적자봉, 고창의 선운산 등. 여기 소개하는 거문도 또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동백 산행의 명소라 할 수 있는 곳입니다. 불탄봉-보로봉-수월산으로 이어지는 거북이 등 같은 긴 능선에 꽉 찬 동백은 1월부터 피기 시작해 3월 초면 절정에 달합니다.
고흥 녹동항에서 뱃길로 1시간 10분을 달려 거문도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동백이 반깁니다. 동도와 서도, 고도 세 개의 섬으로 나뉜 거문도 구석구석은 동백나무로 가득합니다. 섬전체가 동백숲이라 할 만큼.
등대섬으로 알려진 수월산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동백나무 숲 터널이 처음부터 이어집니다. 산책로에 가까운 완만한 경사와 두 사람이 손잡고 걷기에 적당한 폭으로 가장 짧은 코스이기도 합니다. 한아름도 더되는 고목부터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늘씬한 자태의 동백나무는 이국적인 분위기로 겨울 속의 봄을 느끼게 합니다.
여인의 입술보다 더 진한 동백꽃의 검붉은 빛깔이 발길을 붙잡습니다. 날 두고 가지마세요~
거문도에 동백이 많은 것은 아열대성 기후때문입니다. 겨울에도 눈 구경하기 힘든 따뜻한 기온은 섬전체를 동백숲으로 만들었습니다.
동백은 꽃이 질때가 더 멋집니다. 흐드러지게 피었다가도 아쉬움에 한참을 맴도는 다른 꽃들과는 다르게 꽃 덩어리 채로 툭 떨어집니다. 그 몸 그대로. 무지막지하게요. 매몰차게 뒤돌아서는 자존심 강한 노처녀 처럼말입니다. 갈때도 쌈빡하데 떠나는 동백은 나무에서 한번, 땅바닥에서 또 한번 피어납니다.
그런 이유로 동백을 선비의 절개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그 반대는 철새 땡땡땡이 되겠지요.
그녀의 입술보다 더 달콤할 것 같지 않나요?^^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많다고. 남해바다 끄트머리까지와서 바다보다 동백에 더 눈길이 갑니다. 긴 겨울의 끝자락에서 만난 이른 봄향에 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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