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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칼럼

[최상석의 우리땅 속살여행]<8>섬진강 도보여행

by 눌산 2009.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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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나 이틀 걷기 좋은 섬진강 도보여행 / 구례구역에서 곡성기차마을까지
 

도보여행은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유별난(?) 몇몇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다. 걷기에 이골이 난 선수들이나 ‘나와의 싸움’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땅끝에서 통일전망대까지 국토종단을 하는 젊은이들이 이따금 눈에 띌 뿐이었다. 하지만 근래 들어서는 걷기 열풍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도보여행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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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하늘과 코스모스  
 

하루나 이틀 걷기 좋은 섬진강  강 건너 길

도보여행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코스 중 하나가 섬진강이다. 4박 5일에서 길게는 일주일 정도, 대학생들이 방학이나 직장인들이 여름휴가를 이용해 많이 찾는다. 하지만 짧지 않은 시간을 길에서 보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잠자리와 단련되지 않은 육체는 낯선 길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쉽사리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섬진강 전 구간을 네 번 걸었다. 걷기에 이골이 난 선수 축에 끼는 필자도 때때로 걷고 싶은 욕구가 치솟을 때가 있다. 하루나 이틀쯤 말이다. 섬진강 530리 길 전 구간 중 가장 아름다운 길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주저앉고 구례구역에서 곡성기차마을까지의 24km 구간이라고 말한다. 접근성과 안전성, 편의성을 고려한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전라선 철도와 17번 국도가 섬진강을 곁에 두고 나란히 달리는, 이 땅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기에 그렇다. 나 같은 한량에게 시간의 의미는 없겠지만, 시간이 돈이라는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딱 좋은 코스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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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강과 섬진강이 만나는 압록마을.  
 


나의 고향은 섬진강이다. 정확히 보성강과 섬진강이 합류하는 중하류지역. 덕분에 장마철이면 누런 황톳물로 뒤덮인 강물을 보고 자랐다. 한없이 넓은 강이 순식간에 황톳물이 되어 흐르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그래서일까,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장마철만 되면 그리움에 몸살이 난다. 강을 따라 걷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전라선 구례구역에서 곡성기차마을까지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에 배낭을 꾸린다. 전라선 철도 구례구역이 출발점이다. 구례구역에서 곡성기차마을까지는 약 24km 거리로 부지런히 걷는다면 하루 정도면 완주가 가능한 코스이다. 하지만 시간이 허락한다면, 이틀 정도로 나누어 걷기를 권한다. 정상정복을 목적으로 하는 산악인도 아니고, 완주 메달을 주는 것도 아니니까. 느긋하게 사람구경, 물 구경하면서 걷기를 권한다.


구례구역에서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17번국도 맞은편 길로 들어선다. 강을 따라 거슬러 오르는 길이다. 편도 1차선의 좁은 도로 양편으로는 초록 옷을 입은 벚나무가 도열해 있다. 지리산 권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이 길은 멋진 드라이브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자동차를 타고 섬진강의 가장 아름다운 구간을 감상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역시 길은 곡성기차마을까지 연결되기 때문에 두루두루 알찬 여행길이 된다.


길은 마을과 마을을 연결한다. 길과 함께 섬진강이 흐른다. 이른 봄이면 어김없이 찾아가는 유곡마을은 봄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하위마을과 상위마을로 나뉘는 유곡마을에는 산수유 꽃과 매화꽃 천지다. 인근 광양의 매화마을이나 산동 산수유마을 그늘에 가려 소문난 곳은 아니지만, 한갓진 풍경과 함께 느긋하게 꽃놀이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이어서 만나는 압록마을은 두물머리다. 순하디 순하다해서 붙여진 이름 순자강이 보성강을 만나 섬진강이란 이름으로 흐르는 합수머리인 셈이다. 고운 모래가 가득했던 강변은 자갈이 뒤덮어 옛 정취는 사라지고 없지만 여름이면 강변에서 야영과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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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증기기관차의 종점 가정마을  
 

압록마을 다음은 곡성을 세상에 알린 장본인이라해도 과언이 아닌 증기기관차 종점 가정마을. 지난봄 개통한 레일바이크와 함께 섬진강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곳이다. 기차를 타고 온 여행자들은 자전거를 타고 래프팅을 하며 섬진강의 정취를 만끽한다. 느린 강이 주는 넉넉함과 남도 땅 인심은 덤으로 얻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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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곡마을 가는 길은 흙길이다.  
 

이쯤에서 길은 먼지 폴폴 날리는 비포장도로로 바뀐다. 섬진강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줄 배가 걸린 호곡마을은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산을 끼고 도로가 있지만 버스가 다니지 않기 때문에 주민들은 줄 배를 타고 강을 건너 17번 국도를 통해 세상으로 나간다. 유일한 통로인 셈이다. 길은 곡성기차마을 맞은편에서 끝이 난다. 사람만 건널 수 있는 철판다리를 건너 오곡면 오지리 마을을 지나 곡성기차마을로 갈 수 있다. 


[여행 tip]

역에서 역으로 이어지는 코스이다 보니 접근성이 좋다. 자가운전보다는 기차를 이용하는 게 여러모로 편리하다.(코레일 홈페이지 http://www.korail.com/)


유곡마을과 압록마을, 가정마을 주변에 민박이 여럿 있고, 가정마을의 기차펜션과 가까운 심청마을에 코레일 투어서비스에서 운영하는 심청마을 한옥펜션이 있다.(섬진강 기차마을 홈페이지  http://www.gstrain.co.kr/)


/글-사진 여행작가 최상석  (http://nulsan.net)


2009-08-24일 자 새전북신문(http://www.sjbnews.com/)기고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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