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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休'가 있는 길, 장성 축령산 편백나무 숲길

by 눌산 2010.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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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나만의 '休'를 찾는다.

숲은 고요하다. 더불어 편안함과 함께 마음 또한 너그러워진다. 숲에 따라 붙는 수식어들 대부분은 ‘어머니 품속‘ 같은 따스함이 묻어난다. “내일 뭐하지?” 따위의 근심걱정은 어느새 숲에 묻히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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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장성군 북일면 문암리 금곡마을 뒷산은 한 치의 틈도 안보일 만큼 편백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다. 산책을 위한 사잇길이 한줌 햇살이 드나들 수 있는 유일한 틈새다. 사잇길이 끝나는 곳에 세워진 표지판에는 조림가 임종국(1915~1987) 선생의 생애가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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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부터 축령산 자락에 나무를 심기 시작해 20여 년간에 걸친 그의 나무심기는 장성군  북일면, 북하면, 북이면 일대 600여헥타를 국내 대표적인 인공조림 성공지로 만들었다. 이 중 절반인 250여헥타가 금곡마을 뒷산이다. 춘원 임종국 선생이 평생 심은 나무는 279만 그루에 달한다. 주로 편백나무와 삼나무를 심었다. 가진 게 없어 논밭을 팔았다. 나중엔 살고 있는 집까지 팔아가며 가족과 산속에 움막을 짓고 살았다고 한다. 덕분에 축령산 일대는 온통 편백나무 삼나무로 빽빽하게 들어찼다. 키가 20∼30m나 되는 40∼50년생도 수백만 그루나 된다. 고개가 아파 올려다보기도 힘들다. 축령산 인근 산에도 임종국 선생의 나무사랑에 영향을 받은 산주들이 심은 편백나무들이 많다. 주로 20∼30년생으로 거대한 숲의 바다를 이루고 있다. 바람이라도 부는 날이면 숲은 넘실넘실 파도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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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곡마을에서 시작되는 편백나무 숲길은 약 9km에 이른다. 느릿느릿 황소걸음으로 걸어도 3-4시간이면 충분하다. 굳이 삼림욕이란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좋다. 1등 2등 등수를 매길 필요도 없다. 무심한 숲은 아무 조건 없이 보듬어준다. 이렇듯 숲이 우리 인간에게 주는 혜택은 무한하다. 사라지는 숲만큼 만이라도 나무 심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 땅은 이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만의 몫만이 아니기에 그렇다. 우리가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았듯이 우리 또한 잘 가꾸고 보존하여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할 유산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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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좋은 이유는 무엇보다도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나무가 내뿜는 휘발성 향기)에 있다. 아침 햇살이 숲으로 찾아드는 시간이라면 그 향이 코를 찌른다. 아토피나 알레르기에 좋다는 피톤치드에 박하처럼 머리가 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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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지금 봄맞이가 한창이다. 채 한 뼘이 안 되는 작은 풀꽃이 여기저기서 솟아나고 있다. 춘설에 촉촉이 젖은 몽실몽실한 흙을 밀고 올라오는 키 작은 풀꽃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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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리에 취해 걷다보니 어느새 숲과 한 몸이 되어 있다. 숲의 마력에 빨려들었나보다. 하늘 보다 더 높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나무는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있다. 이 길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없이 걷고 싶은 그런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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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끌어안은 나무에서 많은 평화와 위안을 얻습니다. 나무와 접촉하는 것은 우리와 나무 모두에 큰 즐거움을 주지요. 나무는 아름답고 우리 마음을 충전시켜 줍니다. 우리가 나무를 포옹하고 싶을 때 나무는 거절하는 법이 없습니다. 우리는 나무에 의존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나무를 만지고 포옹하는 것과 같이 우리는 자신과 남을 열정을 가지고 사랑할 수 있습니다.…” 베트남 출신의 세계적 평화운동가 틱낫한 스님의 나무 예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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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숲은 무엇이며 어떤 의미가 있을까. 경제적인 가치로 따진다면? 통계학적 수치는 의미가 없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편안한 휴식과 함께 치유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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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앞에 인간은 한없이 겸허해진다. 높고 큰 산 앞에서는 더더욱…  숲 한가운데 드러난 사잇길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자연과 하나가 된 ‘나’를 만난다. 새삼 자연과 하나가 된 삶을 살아 온 조상들의 자연관을 떠올려 본다. 산을 오르는 일을 조상들은 등산(登山)이라는 말 대신 입산(入山)이란 표현을 썼다고 한다. 조금은 이해가 될 듯하다. 등산과 입산, 따지고 보면 별반 차이 없는 같은 말 같지만 그 의미는 크다고 하겠다. 등산이 산을 정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라면, 입산은 조상들의 자연에 대한 배려가 깊은 속뜻이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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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 허투루 여기지 않는 삶을 살아 온 조상들에게 있어 자연은 숭배의 대상이었고, 더불어 살아가는 동반자였다. 숭배의 대상 자연은 그에 대한 보답으로 삶의 터전과 양식을 제공했다. 조상들이 그랬듯, 숭배의 대상이었던 이 땅에 나무를 심고 가꾼 한사람, 바로 조림가 임종국 선생이시다. 덕분에 우리도 이렇게 멋진 숲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산림청에서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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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보낸 4시간. 발길이 떨어지질 않는다.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 같은 생각을 가진 많은 사람들은 오늘도 이 길을 걷는다. 진정한 나만의 '休' 찾아.



[TIP] 축령산 편백나무 숲은 호남고속도로 백양사 나들목에서 북일면 방향으로 가거나 서해안고속도로 남고창 나들목에서 장성 방향으로 가면 된다.

KTX, 무궁화호, 새마을열차를 이용해 장성역에서 나와 우측으로 약 200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장성터미널에서 금곡영화마을 가는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 (
www.korail.com)

임권택 감독의 수많은 영화를 찍었던 금곡마을은 ‘영화촌’으로 알려져 있어 도로 표지판이 비교적 잘되 있다. 대부분 초가집이었던 금곡마을은 요즘 양철 기와지붕으로 대부분 바뀌었다. 귀틀집 민박 휴림
010-6607-5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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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6

  • 때론 휴~~~는 버리고 싶고...
    때론 휴~~를 가득가득 가지고 싶어요^^
    답글

  • 최고봉 2010.04.22 14:44

    입산..등산..등정..정복..단어 하나하나 밖에는 아니나 듣는이로하여금 많은 생각을하게하는 단어들이지요...

    어느산 정상을 정복했다는 소식을 접할때면 언제나 느끼는 단어이지만 참으로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단어지요..

    자연이 자신의 꼭지점을 등정할수 있게 해주었는데 우리네 인간들은 정복이란 단어를 사용하며 자신의 혹은 자신들의 팀을 대단한것으로 만들려고하지요..

    몇해전 해외원정등반에서 힘든 벽등반을 마치고 의미없는 정상을 갔다오지 않았다고 구설수에 올란적도 있지요...
    개개인이 느끼는 감정은 다르겠지만 왜 정상에 가지 않았는냐는 생각은 하지 못하며 단순히 정상에만 포커스를 맟추는 다수의 시선이 두려워 길고 길었던 등반의 세계에서 멀어지게 되었던 지난 날의 나를 되돌아보는 단어들이 되고 말았네요...
    최고봉이 제일 싫어하는 단어들... 정상정복...산을 탄다...등등

    항상 눌산의 글이 있는 사진들을 보고있다가 오늘도 내 자신의 지난 세월의 헛소리만 길게 늘어놓고 있네요...
    오늘하루도 힘내세요....
    답글

    • Favicon of https://nulsan.net BlogIcon 눌산 2010.04.22 16:25 신고

      산에 다닐땐 몰랐는데, 산이 꼭 정상만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산꼭대기에는 꽃도 없고, 나물도 없고, 바위만 잇던데요...^^
      여행도 목적지 중심이 아닌 과정이 더 재밋듯이 말입니다.

  • Favicon of http://jazz0525.tistory.com BlogIcon 자 운 영 2010.04.22 19:37

    그냥 걷기만 해도 마음이 좋네요 ㅎㅎ
    담양 가다가 한번 들린적있어요^
    잘보고 갑니당^
    답글

  • Favicon of http://krlai.com BlogIcon 시앙라이 2010.04.25 15:39

    보기만해도 정말 달려가고 싶습니다.
    마지막에는 눌산형님 사진도^^
    즐거운 휴일 보내고 계신지요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