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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둘이 있기 힘든 아름다운 길' 19번 국도
3개 도, 12개 군을 아우르는 500리 물길 섬진강이 남해바다와 접하는 하동포구에 이르러 그 긴 여정을 마감합니다. '하동포구 80리길'은 여기에서 나온 말입니다. 실제로는 120리라지만 하동 사람들은 여전히 80리길로 불립니다. 익숙한게 좋나 봅니다.
대한민국 사람치고 봄날의 이 섬진강 길을 달려보지 않은 사람 몇이나 될까요. 섬진강은 여전히 봄의 상징입니다. 그 섬진강을 끼고 달리는 길이 19번 국도입니다. 매화를 시작으로 벚꽃이 피고, 배꽃과 복사꽃이 앞다투어 피어납니다. 평사리 들판에는 키작은 자운영이 붉게 물을 들입니다. 이 땅의 봄은 섬진강에서 시작해 서서히 북으로 올라갑니다.
봄날의 상징 '하동포구 80리길'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편도 1차선의 19번 국도가 확장공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환경파괴 논란이 뜨거웠지만 결국 아우토반을 만들 모양입니다. 토목공화국 대한민국의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하동포구의 상징 벚꽃길도 사라질테고, 이 땅의 봄도 사라지겠지요.
19번 국도의 백미는 구례에서 화개를 지나 하동포구까지 이어지는 길입니다. 그 길은 꽃길입니다. 악양 땅에 접어들기 직전 한산사로 오르다 만난 섬진강은 여전히 흐르고 있습니다. 매화, 벚꽃, 배꽃, 복사꽃 가득 핀 봄입니다.
한산사에서 내려다 본 악양들판입니다. 그 뒤로 섬진강이 흐릅니다. 19번 국도 벚꽃 길도 보입니다. 들판 한가운데 연못조성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많은 것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은 가상해 보이지만 눌산 눈에는 아무 씨잘떼기 는 짓으로 보입니다. 있는 그대로가 이 땅 최고의 풍경인데, 굳이 저런것까지 만들 필요가 있나해서요.
초록이 물들어가는 평사리 들판입니다. 멀리 움푹 페인 골짜기가 회남재입니다.
무딤이들이라고 부르는 평사리들판 한가운데 두 그루 소나무를 부부송이라고 합니다. 섬진강 오백리 구간 중 가장 넓은 들을 자랑하는 무딤이들은 83만 여평에 달하는 무진장 넓은 들입니다.
평사리들판을 붉게 물들이는 자운영이 피면 장관을 연출합니다. 하지만 천연비료로도 쓰이는 이 자운영은 예전 처럼 많지 않습니다.
'하동포구 80리길'의 상징과도 같은 벚꽃길입니다. 이 길을 보기 위해 그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런 길을 없앤다고 합니다. 이제 추억으로만 남게 되겠지요.
19번 국도와 섬진강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함께 달립니다. 관광버스도 덩달아 달려갑니다.
매화가 지고나면 벚꽃이 핍니다. 워낙 벚꽃의 유명세가 대단하다 보니 배꽃은 슬그머니 뒷전으로 물러납니다. 배꽃은 그래도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19번 국도의 명물입니다.
벚꽃과 배꽃 사이사이 복사꽃이 수줍게 피어 있습니다. 발그스레 볼화장한 새색시 처럼 말입니다.
하동읍내를 다 빠져 나오니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 막히는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섬진강 살리기...' 어쩌고 저쩌고 하는. 섬진강 죽이기의 오타 같습니다. 분명 오타입니다.
이 땅은 조상들에게 물려받은 유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물려 받은 유산을 잘 쓰고 보존해서 다음세대에게 고스란히 물려줘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살리기와 죽이기도 구분 못하는 이 나라 관리들을 원망만 하기에는 너무 늦은 걸까요. 아작내기 전문 토목공화국의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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