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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고사리가 한창입니다. 취나물을 비롯한 산나물도 우후죽순 올라오고요. 한창 바쁜 농사철이지만 산골 어르신들은 틈틈이 산으로 들어갑니다. 눌산도 아침나절에 다녀왔습니다.
'언제나 봄날' 뒷산입니다. 적상산을 휘감아 도는 임도를 따라 한참을 들어가면 눌산이 찜해 놓은 고사리밭이 있습니다. 겨울이면 나무하러 다닌 그 길입니다. 목적은 고사리였지만, 눈부신 신록 앞에 고사리는 뒷전입니다. 이 멋진 5월의 숲을 그냥 지나칠 수 없지요. 아침의 촉촉한 숲길을 걸었습니다.
고사리를 처음 보는 사람은 그럴만도 합니다. 마른 더미 속에서 올라오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늘씬한 다리가 이쁘기도 합니다. 8등신 미인의 다리가 이 보다 이쁠 수는 없지요.
취나물입니다. 야생취는 쌈으로도 좋고, 데쳐 무쳐 먹어도 좋고, 삶아 말려서 묵나물로도 좋습니다. 하지만 고사리가 우선이라 취나물은 뒷전입니다.
퉁퉁 불어 터진 너구리 다리만한 것도 있습니다. 사실 눌산이 찜해 놓은 고사리밭이 두어 군데 있지만, 주인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가는 사람이 임자인 셈이지요.
뭔지 아실 겁니다. 찔레순입니다. 상큼한게 먹을 만 합니다. 시골 출신이라면 어릴적 추억이 가득한 먹을거리 중 하나이지요.
굴참나무 사이로 난 숲길을 따라 깊숙히 들어갑니다. 산에도 길이 있습니다. 인위적인 길 뿐만이 아니라 수십 수백 년 동안 다져진 '사람의 길'이 있습니다. 그 길의 끝에는 '사람의 마을'이 기다립니다.
눌산이 적상산에 둥지를 틀고 가장 먼저 찾아 나선 곳이 사람이 살았던 흔적들입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사진의 장소입니다. 이미 무너진 집은 형체를 분간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20여 년 전까지 사람이 살았다고 합니다. 주인은 떠나고 없지만 마당 한켠에는 금낭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습니다.
이제 어엿한 주인이 되어 손님을 맞이합니다. 사람은 떠나도 흔적은 남습니다. 아마도 주인의 손길을 그리워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윽한 눈빛으로 봐주던 주인이 그리울 수 밖에요. 여전히 금낭화는 아름답습니다.
나무에서 철사가 자랍니다. 아마도 나뭇가지에 고정시켜 놓은 철사가 파고들어 박혀버린 모양입니다. 세월은 나무와 철사를 한몸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낙엽송 숲. 속성수인 낙엽송숲은 오래전 밭이었습니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 빨리 자랄 수 있는 나무를 심었습니다. 사람의 흔적을 지워버릴 요량으로. 하지만 지워질 수 없는 흔적들입니다. 낙엽송은 여전히 손님입니다.
밤나무는 고목이 되어 숲이되었습니다.
산나물국수. 숲에서 보낸 한나절 댓가치고는 과분한 점심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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