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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의 절반을 넘기고 있습니다. 세월 참 빠르지요. 흐르는 물처럼 말입니다.
시간을 붙잡을 수 없듯 흐르는 물을 막을 순 없습니다. 무모한 짓이지요. 가마솥에 누룽지 긁어 내듯 강바닥을 박박 긁어내고, 흐르는 물을 막겠다고 난리짓을 하는 걸 보면 말입니다.
이꽃저꽃 다 떠난 섬진강은 초록빛입니다. 벚꽃이 만발했던 구례 사성암 아랫길은 숲그늘이 드리워졌습니다. 그 아래는 유유히 섬진강이 흐릅니다.
벚꽃이 피고 지고, 초록이 물들고,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면 하얀 눈이 소복히 쌓이겠지요. 순리입니다. 이 순리를 저버리면 자연은 분노합니다.
짧은 구간이지만 이 구간을 지나는 차들은 모두 천천히 달립니다. 창문을 열고, 한 손은 창문에 턱 걸치고.
들녘은 황금빛입니다. 보리밭이랍니다. 수확을 마친 논에는 모내기가 한창입니다. 2모작을 하는 남도는 모내기가 한참 늦습니다.
비가와서 그런지 물은 탁해보입니다.
구례읍내가 보이고 멀리 지리산의 영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옵니다. 너른들녘과 섬진강, 지리산을 품은 구례는 참 복이 많은 동네입니다.
진안 데미샘을 떠난 물길은 저 아래 하동포구에서 남해바다와 만납니다. 긴 물길의 끝자락이지요.
저 강의 운명이 몇몇 사람 손에 달렸다는게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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