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두막의 꿈

(5)
살고 싶은 집 "눌산은 허름한 집에 살아야 될 팔자야." 오래전, 뭐 좀 볼 줄 안다는 지인이 내게 해 준 말이다. 거의 쓰러져 가는 70년 된 화전민의 오두막에 살 때였다. 그 곳에 있는 내가 가장 행복해 보였단다. 생각해보면, 그 오두막 생활 3년이 내게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지인의 말 처럼 내 인생 최고의 시간이기도 했다. 뭐랄까, 한마디로 설명은 어렵다. 그냥, 좋았다. 산에서 흐르는 물을 먹고, 그 물로 알탕을 하고, 지천으로 널린 산나물을 먹고 살았지만, 딱히 불편하다거나 부족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 지금도 그 오두막 생활만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경상북도 영양의 어느 오지마을이다. 대부분 빈집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뜨거워 진다. 갑자기 비포장도로가 나타나더니 휴대폰은 먹통이 ..
오두막의 꿈 아아, 허망하고 지루한 웅변, 얄팍한 미사여구에서 벗어나 아무 말 없는 대자연 속으로 숨어서 오래도록 뼈가 으스러지는 노동과 말 없는 깊은 잠, 참된 음악과 감정에 압도되어 언어를 잃은 인간들 끼리 의사가 소통되는 깊은 침묵 속에 젖어들 수만 있다면 얼마나 멋있는 일일까! 닥터지바고 / B. 파스테르나크
오두막의 꿈 무주에서 도마령 고개를 넘으면 충북 영동 땅입니다. 호두로 유명한 상촌면 일대는 삼도봉과 석기봉, 민주지산, 각호봉이 길게 감싸고 있는 산악지역입니다. 예로부터 오지로 소문난 곳들이죠. 특히 '가도 가도 고자리'라는 우스개 소리에 20년 전 처음 찾았던 고자리는 여전히 오지의 면모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눌산이 드라이브 삼아 종종 지나는 길목입니다. 고자리에서 허브 농사를 짓는 지인의 오두막을 찾았습니다. 세 번째 만남이지만 오두막을 찾은 건 처음입니다.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핀 비포장 산길 끝에 만난 오두막을 보고 부러워 죽을 뻔 했습니다.^^ 눌산의 꿈이 바로 그런 오두막이니까요. 오두막 입구에 솟대가 서 있습니다. 호두나무 잎을 먹고 있습니다. 솟대도 생명이 있습니다. 골짜기 끝에 이 오두막 한 채만 ..
나른한 봄날, 더 그리운 풍경 곡성 기차마을 증기기관차 종점은 가정마을입니다. 여기서 강을 건너 골짜기 깊숙히 들어가면 탑선마을이라고 있습니다. 눌산의 먼 친척이 살고 있는 마을입니다. 어릴적 참 많이 다녔던 곳이지요. 남쪽에 내려와 살면서 1년에 한 두번은 찾아갑니다. 사진은 똥돼지막입니다. 아시지요? 뒷간+돼지막. 지금은 창고로 쓰고 있지만, 눌산이 어릴적에는 실제로 사용했었습니다. 친척집 앞마당과 뒷마당에는 고목이 된 산수유나무가 있습니다. 집을 빙 둘러 있다보니 산수유꽃이 피는 봄이면 주변이 노랗게 물이 듭니다. 너댓 가구 살던 마을은 지금은 딱 한 가구 밖에 없지만, 여전히 그 산수유나무는 곱게 꽃이 핍니다. 이른 봄이면 발길이 탑선마을로 향합니다. 바로 저 풍경을 보기 위해서요. 나른한 봄날 더 생각나는 풍경입니다. 빈집도..
'판담'과 '흙돌담'이 어우러진 하회마을 고샅 '고샅'은 어릴적 좋은 놀이터였습니다. 굴뚝에서 연기가 몽실몽실 피어오를 무렵이면 어머니의 "밥 먹어라"는 소리가 들려오고, 아이들이 하나 둘 사라진 고샅에는 긴 고요가 찾아옵니다. 닭서리 공모를 하고, 대보름날이면 뉘집 정재를 쳐들어갈까 작당을 하던, 어릴적 고향의 그 고샅은 없습니다. 골목길은 자동차가 다닐 만큼 넓어 지고, 토담은 콘크리트 담장으로 바뀌었습니다. 다 추억이 되어버렸지요. 하회마을에 가면 그런 고샅이 있습니다. 딱 그 그림입니다. 어디선가 친구가 "상석아!"하며 달려와 등이라도 칠 것 같은 분위기. 하늘은 높고, 바람은 보드라운, 가을입니다. 느린 걸음으로 한나절 걷기 좋은 하회마을 고샅 구경에 나섭니다. 인위적인 분위가는 나지만, 그래도 고맙습니다. 이 땅에도 아직 이런 고샅이 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