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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눌산은 허름한 집에 살아야 될 팔자야."
오래전, 뭐 좀 볼 줄 안다는 지인이 내게 해 준 말이다.
거의 쓰러져 가는 70년 된 화전민의 오두막에 살 때였다.
그 곳에 있는 내가 가장 행복해 보였단다.
생각해보면, 그 오두막 생활 3년이 내게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지인의 말 처럼 내 인생 최고의 시간이기도 했다.
뭐랄까, 한마디로 설명은 어렵다.
그냥, 좋았다.
산에서 흐르는 물을 먹고,
그 물로 알탕을 하고,
지천으로 널린 산나물을 먹고 살았지만,
딱히 불편하다거나 부족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
지금도 그 오두막 생활만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경상북도 영양의 어느 오지마을이다.
대부분 빈집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뜨거워 진다.
갑자기 비포장도로가 나타나더니 휴대폰은 먹통이 된다.
속세와의 단절이다.
개울을 하나 건너니 깊은 숲길이 이어진다.
물소리, 새소리, 바람에 바스락 거리는 소리 뿐,
나의 숨소리 조차도 소음이 된다.
골짜기는 점점 깊어 진다.
이 길 끝에 누가 살까.
이 길 끝에 사람의 마을이 있다.
가슴이 먹먹해 진다.
그리움이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그리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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