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별 헤이는 집, 반디공방 김동렬․이정숙 부부
아직은 무더운 여름의 막바지지만, 가끔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에 가을 향내가 난다. 가을이 오면 산은 단풍으로 곱게 물들어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전북에 위치한 적상산은 단풍으로 아름답기로 유명한 산이다. 산 이름도 붉을 적(赤) 치마 상(裳), 말 그대로 ‘붉은 치마를 두른 산’이란 뜻이다. 아직은 푸르르지만 단풍은 곧 붉게 물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무주는 반딧불이로도 유명하다. 그만큼 산새도 맑고 깨끗하다는 의미다. 하늘이 깊어지는 가을이 오면, 하늘과 가까워 밤하늘의 별도 유난히 더 반짝이는 듯 맑게 보이는 이곳. 별을 누워서 볼 수 있도록 창문을 하늘로 낸 흙집에 4년째 둥지를 틀고 있는 김동렬(40), 이정숙(39) 부부를 만나보았다.
* 얼음조각가와 편집디자이너가 산골생활을 택한 이유
이 부부의 보금자리가 있는 치목마을은 적상산 남쪽에 있다. 마을 끄트머리 등산로 입구에 자리한 부부의 집은 목공예가인 김동렬 씨의 작품으로 가득하다. 집안 구석구석 그의 손길을 거친 가구와 생활소품들이 목공예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마을 사무장을 맞고 있어 여름 휴가철에는 정신없이 바쁘다. 무주를 찾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목공예체험과 마을 주민들이 하는 삼베짜기 체험을 관리한다.
“우연히 무주여행 중에 이 마을을 발견했어요. 적상산의 우람한 산세와 포근한 마을 분위기에 반한 거죠.”
이 마을에 정착하게 된 연유를 묻자 대답은 비교적 간단했다. 산이 좋아 산에 사는 사람들의 공통점이라면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냥’ 좋아서라는 것.
산골사람 답지 않게 부부의 직업은 독특하다. 김동렬 씨는 얼음조각가였고, 이정숙 씨는 편집디자이너였다. 산골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직업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멋지게 직업을 활용하고 있다. 14년 경력의 얼음조각가인 김동렬 씨는 세계적인 얼음축제인 삿포로 얼음축제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는데, 지금도 태백 눈꽃축제 같은 큰 행사가 있으면 얼음조각가로서의 활동을 하고 있으며, 올 겨울에는 무주에서도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무주에 정착하면서 시작하게 된 목공예 또한 이미 전문가 수준에 달했다. 얼음조각과 목공예의 절묘한 조화인 셈이다.
이정숙 씨 또한 편집디자이너 일을 계속하고 있다. 무주군의 다양한 홍보물을 만들며 산골 생활과 직업을 병행하고 있는 것. 부부는 그래서 늘 바쁘다.
처음에는 그들의 일이 산골생활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얘기를 나누다 보니 왠지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소규모지만 농사도 짓는다. 올해는 처음으로 300평 땅에 옥수수 농사도 지었다. 산골 삶이라는 게 흙을 밟지 않고는 살 수 없듯이 농사는 불과분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 누워서 별을 볼 수 있는 흙집
“사실 저는 무주생활을 원치 않았어요. 도시를 떠나 산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해 본 적도 없었어요. 더구나 고향이 무주이기 때문에 산골생활에 대한 동경도 없었죠. 초등학교 4학년인 큰 딸 다연이가 서울에 살 때 비염으로 고생했는데, 무주에 오면서 많이 좋아졌어요.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는 것을 보면서 잘 했구나 생각해요.”
도시에 비해 모든 게 열악한 산골생활이지만 부부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이문제가 간단하게 해결 된 셈이다. 특히 자연과 접하며 산다는 것은 자신들이 그랬던 것처럼 가장 소중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부부의 집 한 켠에는 오래된 흙집 한 채가 있다. 15년 동안 방치 된 쓰러지기 직전의 집을 부부는 손수 흙을 바르고 한지로 곱게 도배를 했다. 농촌 체험을 위해 찾아오는 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다. 흔한 펜션과는 다르다. 잠만 자는 게 아니라, 잠시지만 자연과 동화된 생활을 하는 것이다. 누구나 꿈꾸는 산골생활을 체험하고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을 구입하기도 한다.
“시골집이라 불편한 점도 많았을 텐데 다들 좋은 기억들을 갖고 돌아가시고, 잊지 않고 다시 찾아주시는 분들이 너무 고마워요. 또 다른 책임감을 느끼지만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운영합니다.”
부부는 늘 고민한다.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지난해에는 옥상에 ‘별 보는 집’도 만들었다. 커다란 창문을 만들어 누워서도 별을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모두가 배려하는 마음에서 일게다. 적지 않은 돈을 들여 만들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별 보는 집’은 가끔 영화관으로 변모를 하기도 한다.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이 주는 혜택을 만지고 느끼고 감사하는 마음이 꼭 필요해요.”
무작정 산골생활을 동경하기 보다는 자연을 먼저 배워야 한다는 얘기다. 부부는 농사와 농촌체험을 위해 찾아오는 이들을 맞느라 누구보다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여유가 느껴졌다. 산골사람 다 됐다는 의미일 게다.
글.사진 : 최상석 여행작가 http://www.nulsan.net
월간 산사랑 9,10월 호 http://sansarang.kfc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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