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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벌한마을은 오지의 대명사 무진장(무주 진안 장수) 지역에서도 가장 오지에 속하는 곳입니다. 장장 십리에 달하는 긴 골짜기를 따라 들어가다 보면 주변 산세와 때묻지 않은 풍광에 누구나 매료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북쪽을 향해 있는 골짜기는 사람이 살기에는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바로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엿 볼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마을을 감싸고 있는 사선암(四仙巖)과 거칠봉(居七峰)의 의미를 안다면 무릎을 탁 치고 말 것입니다. 사선암의 네 신선과 거칠봉의 일곱 신선이 마을을 감싸고 있어(마을에서 만난 주민은 보호해주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북향이지만, 다른 골짜기에 비해 오히려 더 따뜻하다고 합니다.
마을 뒤로 떡 버티고 선 사선암을 따라 옛길이 남아 있습니다. 산너머 무풍 장보러 다니던 길로 눌산 눈에는 최고의 길이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은 덕에 미지의 땅이기도 합니다.
벌한마을의 들목은 구천동 계곡입니다. 구천동 33경 중 하나인 강선대가 있는 구산마을에서 시작합니다.
가을빛이 들면 참 멋질 것 같습니다. 아직은 이르지만요.
십리 골짜기 끝에 마을이 있습니다. 다닥다닥 붙은 흙집과 돌담이 정겹습니다. 요즘들어 새 집이 들어서고 있지만 대부분은 옛 모습 그대로입니다.
사선암 옛길은 마을에서 부터 시작합니다. 30분, 40분, 1시간,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넉넉잡아 1시간이면 충분한 거립니다. 눌산은 이 길을 10여 년 부터 다녔습니다. 잘 아는 길이지만, 마을 입구에서 만난 주민 말을 듣고 새로운 길을 찾아 오르다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아무튼, 능선을 따라 오르는 길이라 오르막 구간이지만, 낙엽이 켜켜히 쌓여 말랑말랑한 길입니다.
잿마루에 사선암이 있습니다. 무주군 자료에 의하며 네 명의 화랑이 심신을 수련하던 곳이라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눌산은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 만난 마을 주민의 말을 더 신뢰합니다. 바로 네 신선이 노닐 던 곳이라는. 신선이던 화랑이던 별 의미는 없을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덕에 마을 사람들이 평안히 잘 살아왔으니까요.
간이 작은 사람은 사선암 위로 오르는 일이 무리입니다. 절벽을 타고 오른다고 생각하면 되니까요. 눌산이 먼저 올랐습니다. 셀카놀이도 하면서, 혹시나 나도 신선이 되지 않을까....^^
무풍 방향입니다. 멀리 도마령과 각호봉, 민주지산, 석기봉, 삼도봉의 스카이라인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입니다. 맨 오른쪽으로는 대덕산 자락이지만 잘 구분이 안됩니다.
벌한마을 사람들은 이 고개를 넘어 저기 보이는 부풍 장을 보러 다녔습니다. 밴몸으로 오르는 것도 힘든데 이고 지고 올랐을 옛 사람들을 생각해 봅니다. 다 옛날 얘기지만 말입니다.
신선이 바둑을 두며 놀았다는 얘기가 전해옵니다. 바위에 그려진 바둑판이 남아 있습니다.
무풍은 신라 땅이었습니다. 반대로 벌한마을은 백제 땅이었고요. 국경인 셈입니다. 무주의 관문인 라제통문이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한참을 놀다 다시 바위를 내려왔습니다. 거대한 바위의 높이는 사람 키보다 열 배는 더 커 보입니다.
안동인, 진양인, 흥양인의 이름이 보입니다. 다녀간 사람들이겠지요. 의미는 잘 모릅니다.
김밥에 캔맥주 들고 올라와 한나절 노닥거리면 딱 좋을 것 같습니다. 하늘이 얼굴과 맞닿은 바위 위에 앉아.
[옛길 트레킹 tip] 라제통문에서 5분 거리에 있는 구산마을이 들목입니다. 이곳에서 벌한마을까지는 약 4km, 걸어간다면 1시간 거리입니다. 벌한마을에서 사선암까지는 다시 걸어서 1시간, 오랫동안 잊혀진 길이라 들목을 찾기가 힘듭니다. 주민들에게 물어보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일단 능선에 올라서면 사선암까지 외길로 이어집니다. 사선암에서 무풍면 철목리로 내려서는 길은 거의 사라지고 없습니다. 100미터 정도 내려가면 임도를 만나게 되는데, 이 길을 따라 우측으로 내려가면 철목리로 내려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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