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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도 때론 꽃보다 낫습니다.
게으른 눌산 눈에는 그렇습니다.
온갖 풀이 뒤섞여 정신없던 마당에 며칠 서리가 내리더니 말끔해졌습니다.
풀을 베지 않아도 저 홀로 녹아 흘러버린 겁니다.
게으른 자의 변명입니다.
집주변에 흐드러지게 핀 개망초 군락을 보고 "안개꽃이다~!"라고 소리치던 처자가 있었습니다. "잘 아시네요."했습니다.
여름밤 환하게 꽃불을 밝히던 달맞이꽃을 보고 "눌산님이 가꾸시는거에요?"라고 하던 손님이 있었습니다. "네."했습니다.
눌산은 꽃을 가꾸지 않습니다. 뒷산에 가면 널린게 들꽃이니까요. 다 눌산 꽃밭입니다.^^
그렇다고 부지런히 풀을 베지도 않습니다. 그냥 놔두고 봅니다. 사실은 게을러서입니다.
꽃이면 어떻고 풀이면 어떻습니까. 보기 좋으면 되는 것이고, 개망초를 안개꽃으로 봐주고, 흔한 달맞이꽃을 가꾼 꽃밭이라고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으니.
알아서 떠나고, 때되면 찾아와주는 잡초도 꽃입니다. 꽃보다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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