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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일기

게으른, 가을

by 눌산 2010.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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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도 때론 꽃보다 낫습니다.

게으른 눌산 눈에는 그렇습니다.
온갖 풀이 뒤섞여 정신없던 마당에 며칠 서리가 내리더니 말끔해졌습니다.
풀을 베지 않아도 저 홀로 녹아 흘러버린 겁니다.

게으른 자의 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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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변에 흐드러지게 핀 개망초 군락을 보고 "안개꽃이다~!"라고 소리치던 처자가 있었습니다. "잘 아시네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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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환하게 꽃불을 밝히던 달맞이꽃을 보고 "눌산님이 가꾸시는거에요?"라고 하던 손님이 있었습니다. "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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눌산은 꽃을 가꾸지 않습니다. 뒷산에 가면 널린게 들꽃이니까요. 다 눌산 꽃밭입니다.^^
그렇다고 부지런히 풀을 베지도 않습니다. 그냥 놔두고 봅니다. 사실은 게을러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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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면 어떻고 풀이면 어떻습니까. 보기 좋으면 되는 것이고, 개망초를 안개꽃으로 봐주고, 흔한 달맞이꽃을 가꾼 꽃밭이라고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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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떠나고, 때되면 찾아와주는 잡초도 꽃입니다. 꽃보다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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