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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이야기

무주 오일장에서 만난 낡은 풍경들

by 눌산 2011. 4. 9.











옛것과 낡은 것은 아름답다.

사라지는 것들이 너무 많은 세상입니다. 옛것은 버리고 새것을 취하는데 익숙하다 보니 국가고 개인이고 간에 온통 '신상'이 판을 칩니다. 산을 깎고 낡은 건물을 부수는 일이 익숙해져버린 것이지요. 진정한 가치를 모르는 자들의 한순간 실수로 말입니다.

무주 장터에서 만난 낡은 것들입니다. 낡은 것이 아름답다는 진리를 새삼 느낄 수 있는 풍경들이죠.

무주 장터에 가면 낡은 건물 한 채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상가가 현대식으로 쌈빡하게 단장을 했지만, 여전히 옛 모습 그대로입니다. '우리 대장간'입니다. 주인은 장터의 터줏대감입니다. 관청에서 새로 지어주겠다는 제안도 거부하고, 언제나 그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고집스럽게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저 대장간 주인이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터의 옛 모습을 담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저 대장간이라도 없었으면, 무주 오일장의 풍경은 없는거나 마찬가지니까요.



충남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사진을 배우는 분들입니다. 장터 풍경을 담기 위해 찾아 왔다고 합니다.


3천원 짜리 중국산 낫보다 이곳에서 손으로 갈고 닦은 조선낫이 더 좋다는 것은 다 압니다. 더 중요한 것은 AS도 된다는 것이죠. 이가 나갔다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갈고 닦으면 쓰는데는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41년 째 무주 오일장에서 찐빵을 팔고 계신 분도 있습니다. 7학년 3반의 이 할머니는 무주장과 설천장을 오가며 장날만 나오십니다. 똑 같은 자리에서 40년이 넘게 말입니다. 40년이 넘은 단골도 있고, 이 집 찐빵을 먹기 위해 장날이 기다려진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 얼마나 고마운 분들인가요.

벽이 무너져 남쪽 북쪽이 다 트이고
추녀 성글어 하늘이 가깝다
황량하다고 말하지 말게
바람을 맞이하고 달을 먼저 본다네.

조선시대  환성 지안스님의 시인데, 곧 허물어져 가는 오두막에 살면서도 궁기가 전혀 없는 낙천적인 삶의 모습이다.
벽이 무너지고 추녀가 벗겨져 나갔지만 도리어 그 속에서 자연을 가까이 할 수 있음을 다행스럽게 여기고 있다.
하늘과 바람과 달을 집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예전 수행자들의 한결같은 모습이었다.
곧 하늘과 땅, 산과 강을 큰집으로 여겼던 것이다.

옛것과 낡은 것은 아름답다.
거기 세월의 향기가 배어 있기 때문이다.


法頂스님 글입니다.
사진을 정리하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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