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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동 순천만은 이종사촌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짱뚱어 낚시를 다니던 곳이다.
딱 30년 전의 일이다.
대나무 낚싯대를 어깨에 메고, 자전거 뒤에는 양은 양동이 하나 씩 매달고 달리던 생각이 난다.
두어 시간이면 한 양동이 씩 잡았다.
짱뚱어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놀이였을 것이다.
외삼촌 집으로 가면 외할머니는 걸죽한 매운탕과 새콤달콤한 초무침을 만들어 내오셨다.
아마도 그때 막걸리를 마실 줄 알았더라면 "캬~" 소리 내면 진하게 한잔 했을텐데...
제 멋대로 자라던 갈대는 사람의 손길을 거쳐 자연미가 사라졌다.
천연갯벌에는 인공 구조물이 세워지고, 관광객이 걸어 다닐 수 있는 나무데크가 놓였다.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된 것.
그래도 여전히 갈대는 쑥쑥 잘도 자란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도 지나간다.
시끌벅쩍한 분위기가 왠지 낯설다.
'나'도 변했는데, 순천만이 변하지 않길 바란다면, 그건 욕심이렸다.
보고 싶은 것만 보면 된다.
12월 갈대밭의, 그 쓸쓸함을 즐기면 된다.
잘 닦인 고속도로 같은 나무데크를 따라 순천만 전망대 용산으로 향한다.
수없이 가 본 곳이지만, 이 나무데크를 걸어본 것은 처음이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용산으로 바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있었거든.
그 길을 다시 찾아봤더니 난간을 만들어 들어갈 수 없게 만들어 놨다.
생태체험선이란 이름의 유람선도 뜬다.
걷지 않고 갈대밭을 둘러 볼 수 있다.
편리함은 있어도 낭만은 없다.
40분 정도 걸어 용산에 오르면 순천만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일몰시간에 맞춰 오르면 붉게 물든 순천만의 'S'라인을 만날 수 있다.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http://www.suncheonbay.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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