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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박완서 님은 이른 봄 마당에 핀 복수초를 보고 중학생 아들의 교복 단추가 떨어진 것으로 착각했다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황금 빛이 나는 복수초를 보고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하고도 남을 것 같습니다. 채 잔설이 녹기도 전에 언 땅을 가르며 꽃을 피운다는 것이 눈으로 보지 않으면 믿기 힘든 얘기니까요.
눌산은 입춘이 지나면서 부터 몸살을 앓기 시작합니다. 바로 저 복수초를 보고 싶은 마음에서지요. 전주 근교에 복수초 군락지가 몇군데 있는데, 우수를 전후에 꽃을 피웁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 자리에서 만났습니다.
산중 깊숙한 곳에서 황금빛 복수초를 만나면 어떤 기분일까요. 말로 표현하기 힘든 희열을 느낌니다. 좋아 죽습니다.^^
복수초(福壽草)는 이름 그대로 복(福)과 장수(壽)의 바람이 담겨있어 꽃말도 '영원한 행복'입니다. 일본에서는 '새해 복 많이 받고 장수하라'는 의미로 복수초를 선물하기도 합니다. 눈 속에서 핀다고 해서 '설련화(雪蓮花)', 얼음 사이에서 피는 꽃이라는 의미의 '빙리화(氷里花)' 새해원단에 피는 꽃이라서 '원일초(元日草)'라고 부르는 등 다양한 별칭으로도 불립니다.
복수초는 땅바닥에 붙어서 꽃 먼저 핀다. 노란 꽃이 밤에는 오므렸다가 낮에는 단추만 한 크기로 펴지기를 되풀이 하는 사이에 줄기도 나오고 잎도 생겨난다. 그래봤댔자 잎도 줄기도 미미해서 애정을 가지고 보지 않으면 밣히기 알맞은 꽃이다.
- 박완서 님의 수필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중에서
보면 볼수록 신비스럽습니다. 꽁꽁 얼어 있는 땅을 둟고 올라오는 저 여린 대궁이 가엽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연은 강합니다. 한없이 나약한 인간에 비할바가 못되지요.
골짜기에는 아직 잔설이 남아 있고 땅은 꽁꽁 얼어 있습니다. 앞으로 일주일 정도면 저 골짜기가 황금빛으로 물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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