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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 내면 내린천 상류에 살둔, 또는 생둔(生屯)이라 불리는 마을이 있다.
'그곳에 가면 살 수 있다', 또는 '사람이 살만한 땅'이라는 의미의 지명이다.
세 군데의 '둔'자가 들어가는 마을과 네 군데의 '가리'자가 들어가는 마을을 삼둔사가리라고 하는데,
이 땅 마지막 오지로 불리던 곳들이다.
살둔과 달둔, 월둔이 삼둔이고, 사가리는 아침가리, 연가리, 적가리, 명지가리를 일컫는 말이다.
오지라 불리던 대부분의 마을이 이런저런 이유로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옛 모습은 사라졌다.
사람이 살지 않은 땅은 잡초만 무성하고 흔적 조차 찾기 힘들지만,
살둔은 여전히 피안의 땅으로 도시인들에게 새로운 피난지가 되고 있다.
조상들이 난과 가난을 피해 피난을 했다면,
이 시대 사람들에게는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피난지인 셈이다.
살둔마을 전경.
보이는 다리와 그 건너에 또 다른 다리가 하나 더 있다.
즉, 오래전에는 육지 속 섬마을이었던 셈이다.
살둔계곡, 내린천 상류로 여름이면 래프팅 명소가 된다.
퐁당 빠지고 싶다.
하지만 물이 너무 차다.
오지여행자들의 아지트였던 살둔산장.
27년 전 쯤 지어진 2층 누각이다.
1층은 귀틀집이고, 2층은 절집을 닮았다.
'한국인이 살고 싶은 집 100선'에 뽑인 독특한 건축양식이다.
산이 반 물이 반이라는 의미의 '산반수반정', 여전히 미완성이라 해서 '미진각', 바람을 베고 눞다는 의미의 '침풍루'라는 이름도 갖고 있다.
살둔산장은 한참 수리 중이다.
툇마루에 앉아 밤을 새던 추억을 끄집어 내 본다.
좋은 시절 있었다.
살둔마을의 생둔분교.
지금은 폐교되어 오토캠핑장으로 쓰이고 있다.
1948년 문을 연 이후 515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1993년 문을 닫았다.
안내판에는 '정부 방침에 의하여~'라고 써 있더라.
살둔에서 가장 오래 살았다는 어르신.
2박 3일로 양양까지 소금을 구하러 다니던 얘기,
물을 건널 수 없어 돌맹이에 쪽지를 매달아 던져가며 건넛마을 사람들과 소통하던 얘기,
세상은 변해도 여전히 살둔이 좋더라는 얘기까지.
좋은 말씀 많이 들었다.
역시 여행은 사람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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