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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가 하던 식당을 물려 받았다고 했다. 꼽아보니 46년. 장터가 이전하면서 옮겨왔지만, 한 자리에서만 반 백 년을 지켜 온 셈이다. 그러고보니 나도 40년 단골손님이다. 어릴적 어머니를 따라 장터에 가면 그 집 밥을 먹어으니 말이다.
곡성 오일장 밥집 얘기다. 가끔 그 집 밥 생각이 난다. 두 시간 거리지만, 오직 그 밥을 먹기 위해 달려간다.
지금의 자리로 옮겨 오기 전만 해도 옛날 모습 그대로였다. 녹이 슨 양철지붕에 빗물이 스며들고, 바람막이도 없는 가마솥에 시래기국이 끓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금방 무친 나물과 그냥 지나치기 힘든 조기조림 냄새는 식욕을 돋군다.
달력을 보니 오늘이 곡성 장날이다. 폭설에 도로는 난장판이지만, 그 집 밥상을 떠올린 순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달렸다. 곡성으로.
별난 밥상은 아니다. 금방 무친 나물과 시래기국. 어릴적 추억과 손 맛이 어우러진 밥상이다.
먼저 반찬 맛을 보기 위해 몇 숟갈 뜨고나면, 다음에는 꼭 시래기국에 밥을 말아 먹어야 제 맛이다. 왠지 그렇게 먹어야 맛있다.
큼지막한 무를 넣고 조린 조기조림은 "공기밥 추가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남도에서는 잔칫날이나 큰 일을 할때 빠지지 않는 음식이다.
현대식 건물이라 옛날 장터의 맛은 안나지만 분위기는 그대로다. 주인 아주머니는 어쩌다 한번 찾아도 단골손님을 알아 본다. 그 맛에 가는지도 모르겠다.
겨울 장은 썰렁하다. 기차마을에 관광객이 북적거리는 봄이오면 장터는 다시 살아난다.
반가운 지명이다. 압록, 죽곡... 내 고향이다.
곡성 오일장은 3일과 8일 장이다.
옛날밥집 역시 그날만 문을 연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봄부터는 토요일에도 문을 연다고 한다.
옛날밥집 061-363-3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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