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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날씨, 종일 흐리고 비.
해뜨는 시각, 05시 12분.
이 정도 정보를 확인했다, 그리고 달렸다. 목적지는 합천 오도산, 그리고 황매산.
오도산이나 황매산은 운해가 아름다운 곳이다. 날씨가 좋아야 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날씨는 중요하지 않다. 여명이 밝아오는 이른 아침에 그 곳에 서고 싶다는 생각 하나 뿐이었으니까.
1. 오도산
요즘 일기예보가 너무 정확하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다.
대신 한줄기 빛을 만났다. 캬~ 소리 절로 나오는 멋진 운해나 일출은 만나지 못했지만, 새벽 다섯 시에 나는 그 자리에 있었다.
오도산은 사진가들에게 유명한 산이다. 이른 새벽 합천호 운해와 일출을 담기 위해 몰려든다. 하지만 날씨가 날씨인 만큼 오늘은 아무도 없다.
눌산도 오래전 오도산을 뻔질나게 드나 들었다. 하지만 7~8년 간은 가지 않았다. 소문이 나면, 그 맛이 떨어진다. 사람들이 몰려들면 그 곳의 고요까지 사라져버린다.
신새벽, 고요를 즐기고 싶었다.
2. 황매산
다음으로 달린 곳은 황매산이다. 오도산에서 49km.
황매산은 철쭉명산이다. 하지만 초원의 싱그러운 아침을 만나 본 사람이라면, 눌산이 왜 그곳으로 달렸는지를 안다.
오래전에는 초원에서 야영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된다. 넓은 주차장을 갖춘 오토캠핑장이 들어서 있다.
나홀로 고요를 즐겼던 곳들이 하나 둘 사라졌다. 소문이 나고, 개발이 되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말이다. 이제, 나 만의 장소는 없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최악의 날씨를 택하면 된다. 궂은날 말이다.
고요는 궂은날이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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