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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가는 길은,
하루 종일 운전을 해도 즐겁다.
그것이 일 때문이어도 상관없다.
강원도에서 만나는 사람, 산과 흙, 나무,
그 무엇하나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이유는,
모른다.
강원도에서 살고 싶어 살았고,
떠나고 싶어 떠나게 되었지만,
20대 후반에 가졌던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나는 여전히 강원도를 사랑한다.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주문진리 모운동을 찾아가는 길이다.
이곳은 '산꼬라데이 길'의 입구인 예밀리라는 곳이다.
산골짜기라는 뜻의 영월 사투리인 산꼬라데이를 넘으면 모운동이다.
태풍이 지나간 아침 햇살이 눈부시다.
추수를 앞둔 들녘에는 풍요로움이 넘쳐흐른다.
싸리재에서 내려다 본 예밀리 풍경
모운동은 폐광촌이다.
돈을 캐낸다는 소문을 듣고 전국방방곡곡에서 사람들이 망경대산 7부 능선 싸리재를 넘어 모운동으로 몰려 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광산개발이 한창이던 시절에는 광부들만 2천여 명에 달했고, 마을에는 영화관, 당구장, 사진관, 미장원, 양복점, 병원도 있었다. 영화관은 서울 명동에서 개봉한 영화(映畵) 필름이 두 번째로 도착할 정도로 장사가 잘 됐고, 마을 공터에서는 영월읍보다 더 큰 장이 열렸다. 이러한 모운동의 영화(榮華)는 1989년 ‘석탄산업합리화 조치’로 한순간에 무너진다.
그 후 사람들은 떠났다.
다시 사람들이 모운동으로 몰려든 것은 벽화때문이었다.
옛길을 닦고 낡은 판잣집 담벼락에 동화 속 주인공을 그려 넣었더니
사람들은 모운동을 동화마을이라 불렀다.
산꼬라데이 길 중간에 만나는 광부의 길이다.
이 길을 다녔던 광부들은 모두 떠나고, 지금은 여행자의 길이 되었다.
광부들과 그 가족들 1만여 명이 모여 살았던 모운동이다.
아이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지금은 폐교 된 초등학교에서는 3부제 수업을했단다.
상상히 안되는 풍경이다.
하지만 엄연한 사실로, 이제는 그 흔적만이 남아 있다.
낡은 집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마을 주민들과 대학생들이 그린 그림이다.
떠난 흔적들을 지우고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한 사업의 일환이었다.
덕분에 사람들은 모운동을 동화마을이라 부른다.
14년 전 우연히 찾은 모운동에 반해 정착한 부부가 있다.
양씨 판화 미술관 양태수 관장과 그의 부인 냅킨 아티스트 전옥경 씨다.
부부는 34년 9개월 간 구세군교회 목회활동을 하고 은퇴 후 모운동에 정착했다.
1999년 결혼기념일 기념으로 여행을 하던 중 우연히 모운동을 만난다.
전라북도 정읍에서 목회활동 중이던 부부는 이후 매 주말 모운동을 찾는다.
거처할 곳이 마땅치 않아 학교 운동장에 텐트를 치고 생활했다.
당시 고스란히 남아 있던 탄광촌의 판잣집은 양태수 관장의 판화 소재가 된다.
여전히 그는 모운동의 잊혀진 기억들을 찾아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전옥경 씨는 냅킨아티스트다.
산골생활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시작한 일이 이제는 인근 지역주민들에게 교육도 하고 있다.
부부는 여전히 모운동의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꾼다.
모운동이 세상에 알려진 계기라 할 수 있는 벽화작업을 제안했지만,
그저 막연한 동화마을이 아닌 예술촌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부부의 집에는 '메이하우스'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모운동을 처음 만나고, 새집을 지어 입주한 날이 모두 5월이기 때문이다.
타샤튜너의 정원을 연상케 하는 부부의 정원이 탐난다.
손수 가꾼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다.
지난해 문을 연 양씨 판화 미술관은 이제 모운동의 명소가 되었다.
전시 된 양태수 관장의 판화작품에는 모운동의 과거와 미래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재미있는 판화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 구수한 커피도 마실 수 있다.
부부의 정원보다 더 탐이 났던 공간, 메이하우스 주방이다.
보통의 집들은 가장 전망이 좋은 남쪽에 거실을 둔다.
하지만 부부의 집은 주방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나도 이런 주방 하나 갖고 싶다.
찾아가는 길 :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모운동길 463-18 (양씨 판화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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