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는 삼척이다.
하지만 어렵게 낸 시간이 아까워 국도와 지방도로를 탔다.
안동을 거쳐 안동호를 옆에 두고 도산서원을 지난다.
이때 문득, 오래전 우연히 찾았던 '태자리'와 '신라리'란 마을이 떠올라 좁은 골짜기를 파고 든다.
그때는 4륜 구동 아니면 갈 수 없는 비포장 도로였다.
더구나 잡풀이 우거져 정글탐험을 했었는데, 지금은 말끔이 포장이 되어 있다.
그도 그럴것이 십 수 년은 더 지난 얘기니까.
태자리와 신라리는 독특한 지명에서도 알 수 있듯, 신라의 왕자와 관련이 있는 곳이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신라의 왕자가 잠시 숨어 들었던 곳 쯤으로 기억한다.
그후 걷기 좋아하는 친구들과 트레킹을 했었다.
대충 그런 추억을 더듬어 간만에 오지마을 드라이브를 했다.
태자리에서 산을 하나 넘으면, 길은 봉화 봉성으로 이어진다.
삼척으로 가는 길은 아니지만, 역시 오랜 기억을 더듬어 낙동강 상류 삼동치 고개를 넘었다.
막걸리로 유명한, 요즘은 협곡열차로 더 유명해진 현동과 분천을 지나 불영계곡을 따라 간다.
그 중간에 만나는 불영사를 찾기 위해서다.
주차장을 벗어나면, 곧바로 잣나무 숲이 이어진다.
휴가철이 막 시작될 무렵이라 그런지 여행자들이 많다.
불영사의 명물은 뭐니뭐니해도 바로 이 잘생긴 소나무다.
금강송, 춘양목, 적송, 한국송 등 불리는 이름도 많다.
어렵게 낸 시간이라, 매 순간이 아쉽다.
오랜만에 들어 보는 카메라가 무겁게 느껴진다.
금강송 숲길이 끝났다.
저 고개를 넘어서면 불영사다.
이 사람은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사실, 난 특별한 소원이 없다.
그냥, 이대로, 이 순간에 충실하고 싶어서이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가 여행자다.
더불어 삶 자체가 여행이고.
여름시즌 끝이다.
한 2천 km 쯤 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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