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순천(順天)은 미인(美人)이 많기로 소문난 고장입니다. 순천에서 얼굴 자랑 하지 말고, 벌교에서 주먹 자랑 하지 말고, 여수(목포)에서 돈 자랑 하지 말란 말이 있을 정도죠. 중학교를 순천에서 다녔습니다. 아파트 하나 없던 조용한 동네였지만 그때에 비해 지금은 도시다운 면모를 갖춘 모습입니다. 아마, 광양제철이 들어서고 부터인 것 같습니다. 변화는 좋은 것이죠. 발전 또한.
4년을 살았던 동순천역 건넛마을과 걸어서 다니던 학교길, 산 너머 외삼촌 집을 가기 위해 오르내리던 죽도봉 공원, 전기통닭구이집이 있던 시내 중심지, 순천에서 유일한 백화점이었던 황금백화점도 그곳에 있었습니다. 곱창골목과 화월당제과점, 이모가 야채가게를 했던 중앙시장, 순천여중에 다니던 첫사랑 여학생이 살던 향림사 골짜기, 그 친구와 자전거타고 갔던 포도밭, 아, 그 포도밭은 사라지고 안 보입니다. 그 자리에는 아파트가 들어섰더군요. 모두가 듣기만 해도 '아! 거기' 할 만큼 낯설지가 않습니다.
요즘 들어 새로운 습관 하나가 생겼습니다. 산과 들로 나가야 여행이라 생각했었는데, 낯선 도시 뒷골목을 어슬렁거리는 재미가 쏠쏠하더란 얘갑니다. 생뚱맞을지 모르지만 '도시탐험'이랄까요. 어느 지역이든 명물이 있기 마련이죠. 먹을거리든, 볼거리든 말입니다. 사람 사는데 다 비슷비슷하겠지만 여행이라는 게 낯선 풍경,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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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떡이 떨어 졌으니 내일 아침 일찍오셔요. 죄송합니다.'
소문난 집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지만 이 집 기정떡은 한번 맛 본 사람이라면 반드시 다시 찾게 된다는 군요. 그만큼 맛있다는 얘깁니다.
한 두시간 이상 줄서서 기다려야 맛을 볼 수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본래 광양이 원조격인 순천의 이 기정떡집을 물어물어 찾아갔습니다. 오후 1시지만 주말이라 모두 팔리고 마지막 한판이 남았더군요. 다행히 맛은 볼 수 있었습니다. 화순의 기정떡 맛은 알고 있지만 쫀득쫀득하고 촉촉한 느낌이 화순보다 낫습니다. 하루 이틀 뒤에 먹어도 같은 맛이라는게 특징이구요.
시간이 지날 수록(숙성) 더 맛있습니다.
한판에 26,000원, 반판은 13,000원
중앙시장. 옛날 모습 그대입니다.
바로 옆에 50년이 넘은 화월당 제과점이 있고, 그 옆골목은 곱창골목으로 유명합니다.
순천의 상징인 팔마(八馬)탑과 죽도봉 공원
미인의 고장 순천은 맛의 고장이기도 합니다.
소문난 맛집은 많지만. 어느 지역을 가든 제가 즐겨 찾는 곳은 기사식당입니다. 그 지방 음식의 기준은 백반이란 생각에서입니다. 순천 지역의 기사식당은 특별합니다. 5천원 짜리 상차림을 보시면 놀라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기가막히게 차려 나옵니다.
특히. 순천에서 구례로 향하는 17번 국도 변 기사식당이 최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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