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계절의 변화가 주는 마음의 여유를 맘껏 즐기기 좋은 날씨다. 파란 하늘빛과 그 위를 떠다니는 구름 몇 점, 길 위에 홀로 선 여행자에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루드베키아 군락
드넓은 초원과 바위산의 독특함
88고속도로에 접어들면 그런 대로 한가로움이 있다. 편도 1차선이 주는 느린 속도가 운전의 피로도 덜할 뿐더러 이것저것 둘러볼 수가 있어서 일게다. 거창 나들목을 나와 고속도로를 벗어나면 가을 분위기 완연한 들녘 풍경이 기다린다. 합천 땅에 들어서면 지리산이 가까워서 인지 산세가 육중함을 느낄 수 있다. 먼저 합천호에 몸을 반쯤 담근 오도산을 끼고 도는 지방도로를 타고 읍내를 벗어나며 만나는 걸출한 산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황매산(1108m)이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촬영한 곳으로 알려지면서 곳곳에는 영화와 관련된 명소들이 들어서 있다.
합천호 인근의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 세트장, 황매산에 있던 것을 옮겨 놓은 것이다.
산으로 오르는 길, 흙먼지 풀풀 날리는 비포장 길을 오른다. 계곡 물소리, 새소리 들으며 이런 길을 걸어본지가 언제인가, 호젓한 혼자만의 사색의 시간을 가져본다. 어느 순간 드넓은 초원이 눈앞에 펼쳐진다. 목장지대다. 해발 900m가 넘는 산정에서 젖소 떼 노니는 초원을 만나니 참 이국적인 느낌이 든다. 그 안에는 크고 작은 풀꽃들이 자리하고 있다. 풀썩 주저앉아 온 몸으로 바람을 맞아본다.
황매산 정상 가는 길
영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황매산은 드넓은 초원과 불끈 솟아 오른 암봉을 비롯하여 한꺼번에 여러 얼굴을 만날 수 있는 독특한 산이다. 느긋하게 풀밭에 주저앉아 하늘을 이불 삼아 오수를 즐겨도 좋고, 남성미 물씬 풍기는 바위 봉우리에 올라 시원스럽게 펼쳐지는 합천호의 장쾌함에 취해보는 것도 좋다. 가슴 속 응어리까지 시원스럽게 풀어주는 맛이야말로 산에 올라 맛 볼 수 있는 즐거움 중의 하나다.
4륜구동은 정상 바로 아래까지 올라간다.
태극기 휘날리던 황매평전
황매산은 '태극기 휘날리며' 이전 '단적비연수'란 영화로 먼저 알려졌다. 목장 반대편에 조성된 '영화주제공원'에는 촬영 후 세트를 그대로 보존해 산청군에서 공원으로 만들었다. 영화 속에서 봤던 원시마을과 각각의 가옥에는 주제별로 배우들이 사용했던 칼과 활, 봉화대, 벽화 등이 보존되어 있다. 10개의 풍차나 은행나무 고목, 대장간 등도 영화 속 장면처럼 복원되어 있다. 그리고 예전 원시부족에서 사용했던 농기구 등도 함께 보존되어 있어 황매산 여행길에 찾아 볼만하다.
일출
'태극기 휘날리며'의 평양시가지 전투 장면을 찍은 셋트장은 합천댐 수문 바로 아래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두밀령 전투가 벌어진 곳이 황매산이다. 700m에서 900m를 오르내리는 고원 분지 위에 300m 바위 봉우리를 올려놓은 듯한 형상이 이색적이다. 바위산이 절경인 모산재(767m)와 북서쪽 능선을 타고 펼쳐지는 황매평전의 철쭉 군락은 황매산의 자랑. 세 개의 바위 봉우리로 이루어진 상삼봉에 오르면 드넓은 합천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황매산은 걸어서 올라야 한다. 자동차로 목장지대까지 오를 수 있지만 길이 워낙 험해 자칫 실수라도 하는 날이면 오도가도 못할 일. 너댓새간이면 정상 산행과 영화주제공원까지 두루 둘러볼 수 있다.
황매산 정상과 목장.황매산은 암봉이지만 바로 아래는 목장지대로 구릉진 초원이 이국적인 풍경이다.
흐드러지게 핀 철쭉군락을 만나지 못해 서운하지만 이런 높은 고지에 푸른 초원과 그 속에 나뒹구는 들꽃을 만난 것만으로도 충분한 일정이 아닌가. 해질 녘 벌겋게 달아오른 하늘빛이 장관이다. 풀밭도, 노란 들꽃도 온통 붉게 물들어간다. 요즘 같은 가을철에는 이른 아침이면 합천호의 물안개와 부딪치며 몸을 섞는 산 안개의 장관도 만날 수 있다.
키작은 개망초 군락
황매산은 이곳에서 합천댐 수문을 지나 삼거리에서 대병쪽으로 좌회전, 황매산 만남의 광장에서 우회전하여 1089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다 황매산군립공원 등산로 표지판을 보고 비포장 길을 따라 오르면 목장지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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