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현동에서 31번 국도를 타고 넞재를 넘는다. 재를 넘어서면 우측으로 청옥산 자연휴양림이다. '고개가 매우 길고 완만한 지리적 환경'에서 유래되었다는 넞재의 본래 지명은 '늦재'다. 해발 900미터를 육박하는 이 고개는 현재 4차선 확포장 공사 중이다. 굽이굽이 고갯길을 돌아 넘어 다니던 추억도 조만간 사라질 운명이다. 좋다, 나쁘다를 떠나 아쉽다. 지역주민 입장에서는 매우 좋을 것이고, 느린 여행자 입장에서는 슬픈 일이니까 말이다.
잿마루에 올라서자 눈발이 날린다. 3월 말에 만나는 눈이라니. 분명 눈이다. 더구나 산중에는 꽤 많이 쌓인 눈도 보인다. 태백 땅에 들어서자 쌓은 눈의 양은 점점 많아 진다.
태백에서 만항재를 넘기로 했다. 그런데 눈을 보니 그냥 넘기에는 뭔가 아쉽다. 오투리조트로 길을 잡는다. 리조트 뒤로 난 좁은 산길을 타고 넘을 생각이다. 국가대표 선수촌이 있는 이곳은 알만한 사람만 안다는 길이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눈사람이 정겹다. 가는 겨울이 아쉬웠던 모양이다.
만항재 야생화 군락지다. 굳이 걷지 않아도 귀한 야생화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다. 설중 복수초를 만났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꽃잎을 꼭 다물어 버렸다. 이 눈이 녹고나며 바람꽃과 얼레지가 '천상의 화원'을 이룰 것이다.
해발 1,330m. 우리나라에서 자동차가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고개다.
만항마을을 지나, 정암사로 내려섰다. 한창 공사중이라 어수선하다. 수마노탑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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