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곤한 몸을 달래주는 데는 믹스커피만 한 게 없습니다. 종일 비포장도로를 달리다 몸에 당분이 필요하던 차에 빵집을 발견했습니다. 강원도 홍천군 내면 원당리, 56번 국도변이지만 첩첩산중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말이죠. 차라리 커피집이었다면 이해가 되는데, 빵집은 참 생뚱맞더군요, 아무튼, “믹스커피 있습니까?” 했더니 인상 좋은 부자가 환한 얼굴로 맞이하더군요. 궁금했습니다. 이 산중에 웬 빵집이냐고? 이유는 이렇습니다.
빵집 주인은 이곳이 고향이라고 했습니다. 45년의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정말 가난했어요.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못 먹던 시절이었죠. 그래서 서울로 갔습니다. 그런데 서울은 삼시 세끼를 먹고살더라고요. 원래 하루 한 끼만 먹는 건 줄 알았거든요. 안 해 본 일 없어요, 남들처럼 삼시 세끼를 챙겨 먹고 싶었으니까요. 그러다 제빵 기술을 배워서 빵집을 했어요. 좀 살 만해지니까 고향이 그립더라고요. 그래서 내려왔답니다.”
전영만·전성진 부자는 그렇게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깊은 산골에 빵집을 낸 이유. 당연히 지나가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아니었습니다. 고랭지 채소밭이 많은 지역 사람들이 주 고객이라고 합니다.
“먹고 살길을 찾아 간 서울이지만, 행복하지 않았어요. 이곳에서 살아가는 지금이 가장 행복합니다.”라고 말하는 전영만 씨는, 진심으로 행복해 보였습니다.
사진을 찍어 드리겠다고 했더니, 아버지는 아들 뒤에 섰습니다. “우리 아들이 사장이고, 저는 종업원이거든요.(웃음)”
'성진'은 아들의 이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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