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완주 전국민속소싸움대회 백두급 결승
백두가 등을 보였다.
전국에 있는 싸움소 1200여 두 중에 살아있는 전설이라 부르던 백두가 졌다. 어제 완주 전국민속 씨름대회 백두급 결승에서, 그 전설의 백두가 강투에게 패했다.
강투는 백두의 아들 소다. 어릴 때 헤어진 소는 안타깝게도 자식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한다.
한시대를 풍미했던 백두를 처음 만난 것은 거의 10여 년 전이다. 한눈에 천하를 호령하고도 남을 다부진 몸매와 눈빛에 반했다. 늘 결승에는 백두가 있었고 여유 있게 우승하는 모습을 많이도 봤다. 어떤 경우는 백두와 눈이 마주친 순간 꽁지를 내빼기도 했다. 백두는 말그대로 싸움소의 전설이었다. 하지만 어제 같이 백두가 패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 주변에서 하는 말이, "백두는 끝났어" 라고 했고, 승자인 강투를 향해서는 "떠오르는 샛별"이라고 치켜 세웠다.
경기전 백두의 우주와 우연히 같은 자리에서 커피를 마셨다. 그는 이미 경기의 결과를 알고 있는듯한 표정이었다. 왜 모를까. 백두와 그 남자는 눈빛만 봐도 서로를 너무나 잘 알 테니까. 백두의 쓸쓸한 퇴장을 차마 보기 힘들었다. 대신 카메라를 내려놓고 박수를 보냈다.
사진에서 백이 백두, 흑이 강투
백두
왼쪽이 백두. 승자인 강투에 비해 몸무게가 280kg가 더 나간다. 하지만 젊은피 강투의 파워를 이길 수는 없었다.
소싸움장은 우주가 함께 들어 간다. 큰소리를 지르며 싸움을 독려하기도 하는데. 이날 백두의 우주는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다. 이미 다 알고 있다는듯.
경기 마지막 장면. 백두가 등을 보였다. 소싸움은 등을 보이면 끝이다.
떠오르는 샛별, 백두급에서 우승한 강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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