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놀이 진행에 대한 유감>
제23회 무주 반딧불축제 첫날(8월 31일)입니다. 오후 2시부터 밤 10시 30분까지 축제장에 있었습니다. 예년에 비해 동선이 대폭 바뀌고 체험과 놀이 등 새로운 프로그램들이 추가됐습니다. 좋은점은 천천히 논하고. 첫날 본 최악의 경우에 대해 얘기 좀 하겠습니다.
하나, 아이들을 위한 동물농장에 병아리와 토끼 등이 있는데 더위에 지친 어린 동물들이 채 한뼘이 안되는 폭의 그늘에 웅크리고 있더군요. 이를 본 사람들의, 동물들이 불쌍하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그늘도 제대로 없이, 철망도 아니고 바람도 통하지 않는, 사방이 유리로 된 칸막이 안에 가둬놨으니 더울 수밖에요. 이건 동물학댑니다.
둘, 낙화놀이는 무주반딧불축제에서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 중에 하나입니다. 그동안 낙화놀이는 장엄하고 고고한 불빛에 매료된 관중들의 감동의 함성과 독특한 경험에 대한 찬사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제가 본 낙화놀이 중 최악이었습니다. 남대천 수상공연이라는 곤충을 소재로 한 공연이 낙화놀이 전부터 낙화놀이와 겹치게 진행되었습니다. 공연 자체는 좋았습니다. 하지만 낙화놀이와 함께 진행하는 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공연만 놓고 보면 야간이라 조명을 활용한 분위기는 만점이었습니다. 하지만 낙화놀이가 시작이 됐는데도, 뜬금없이 불꽃쇼를 하지 않나, 여전히 조명을 쏴대며 사람들의 이목을 낙화놀이로부터 멀리 보내버리더군요. 그동안 낙화놀이는 주변 상가의 불까지 끄고 최대한 다른 조명의 간섭을 받지 않도록 하는 배려가 있었습니다. 다른 불빛에 방해를 받으면 감동도 약해지니까요. 하지만 오늘밤에는 밝은 불빛에 낙화는 보이는 둥 마는 둥이고. 그리고!! 낙화놀이가 한창 진행 중인데 갑자기 서양식 불꽃놀이가 코앞 같은 공간에서 펼쳐지더군요. 하늘에서 불꽃 팡팡 터지고, 곧 조명은 들어와 버리고. 뭐랄까, 극장에서 영화 보는데 필름이 끊겨 중단된 느낌? 옛날 극장은 가끔 그랬습니다. 혹시 우리 전통 불꽃놀이인 낙화놀이와 서양식 불꽃놀이 중에 뭐가 좋은 지 비교해보라는 깊은 의미라도 있었던걸까요?
낙화놀이가 정적이라면 서양식 불꽃놀이는 지극히 동적입니다. 낙화놀이가 천천히 타들어 가는 불꽃에 묘미가 있다면 서양식 불꽃놀이는 큰 폭음과 함께, 크고 화려한 불꽃을 발산하며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전혀 성향이 다른 불꽃이라는 얘깁니다. 완벽하게 분리했어야 했습니다.
마지막은, 채 붙지도 않은 낙화봉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더군요. 딱 하다가 만 꼴이란 얘기죠.
안타깝고,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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