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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칼럼

[칼럼] 상권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by 눌산 2020.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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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도로 개통으로 인한 소읍(小邑)의 몰락

전북 무주군 적상면소재지 상권, 과거의 영광 되살릴 순 없을까

과연 개발 = 발전일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편도 1차선 도로가 2차선으로 확장되면 당연히 이동 시간이 단축된다. 시간의 단축은 사람의 이동 뿐만이 아니라 물자의 이동에도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된다. 하지만 시간이 좀 단축된다고 삶의 질까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도로의 확장에 따른 우회도로의 건설은 전국 대부분의 소읍(小邑) 몰락에 있어 큰 영향을 미쳤다. 물론 인구의 감소, 일자리 부족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앞서 얘기한 도로의 발달 역시 한 몫을 차지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적상삼거리는 무주구천동은 물론이고 남원, 순천, 광주로 가는 19번 국도와 진안, 전주로 가는 30번 국도가 나뉘는 교통 요충지였다. 2008년 면소재지 외곽으로 4차선 도로가 나기 전까지만 해도 적상면소재지 상권은 그럭저럭 살아 있었다. 찐빵 가게도 두 곳이나 있었고, 여름 휴가철이면 농협 마트는 구천동으로 휴가 온 피서객들로 늘 붐볐다. 주유소는 말 할 것도 없고, 삼거리 식당들도 유지 될 만큼의 손님은 드나들었다. 전국 대부분 같은 현상으로, 외곽도로가 개통되면 순식간에 상권은 몰락할 수밖에 없다.

우회도로 개통 전 사천리 신대·서창·길왕마을 앞 도로변에는 여름휴가철이면 옥수수를 파는 노점이 네댓 군데나 있었다. 한나절 길거리에서 파는 양이 얼마나 될까 싶지만 한 철에 500만 원 정도는 거뜬히 벌었다는 얘기가 있었으니, 이때만 해도 지역주민들에게는 소위 살 맛 나는 때였다. 하지만 우회도로가 개통된 후, 면소재지 상권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 해 전 필자는 모 주간지에 소읍(小邑)기행이라는 주제의 글을 기고하기 위해 전국의 읍면(邑面) 소재지 30여 곳을 취재 했었다. 적상면처럼 쇠락한 소재지가 사람들로 넘쳐나는 현장을 목격했다. 드문 일이지만 지역 주민 모두가 하나가 되어 똘똘 뭉친 결과다.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한 길을 걸어가면 언젠가는 진정성이 알려지고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다.

영동고속도로가 확장되기 전 굽이굽이 대관령을 넘은 차들은 강릉시 성산면에 이르러 한숨 돌린다. 운전자들이 식사도 하고 휴식을 취하기도 했던 곳이다. 하지만 새 고속도로가 멀리 뚫리면서 성산면소재지 상권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영업을 중단한 식당이 늘어나면서 빈 점포만 늘어 갔다. 하지만 입소문이 난 식당 한 곳 때문에 사람들이 찾아 들었다. 그리고 하나 둘 다시 문을 여는 식당이 생겨났다. 지금은 동해안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소문난 동네가 되었다.

양평 문호리는 귀촌인들이 많은 곳이다. 어느 날 한 사람의 제안으로 마을 장터를 열었다. 서로 얼굴이나 알고 지내자는 취지에서다. ‘문호리 리버마켓이라는 이름의 장터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주 문을 열었다. 그렇게 열기로 합의했기에 약속을 지켰다. 가까운 서울로 소문이 퍼져나갔다. 그리고 지금은 지자체에서 서로 모셔가기 경쟁을 하는 유명 장터가 되어 강원도 양양, 태백, 충북 충주, 경기 이천, 여주 등지에서도 같은 이름의 장터를 열고 있다. 비결은 간단하다.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이나 손수 만든 수공예품을 팔아야 한다는 약속을 끝까지 지켰던 것이다.

전라남도 장흥군 용산면이라는 곳이 있다. 적상면을 연상케 할 만큼 작은 동네로 용산오일장이 있었지만 오래전 문을 닫았다. 그곳에 귀농·귀촌인들이 주말이 끼는 장날에 나와 용산 오일장을 재현했다. 자신들이 농사짓고 가공한 농산물이나 수공예품 등을 들고 나왔다. 딱 오전 두 시간만 문을 연다. 그리고 각자 싸온 도시락을 나눠 먹으며 장을 마친다. 역시 소문이 나면서 가까운 광주 등지의 도시에서 사람들이 찾아 왔다. 질 좋고 저렴한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속 300로 달리는 KTX도 모자라 이제는 달리는 일등석이라는 프리미엄 고속버스가 등장했다. 속도만으로는 만족이 안 되는 세상이다. 최소한 프리미엄급 정도는 되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속도나 편리함만을 추구하다가 놓치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대부분 그냥 지나치기 쉬운 작고, 낡고, 깊은 소읍의 가치를 팔면 십중팔구 성공할 수 있다.

면소재지 빈 점포를 수리해서 청년들에게 임대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연계해 행정이 함께 힘을 모으면 가능한 일이다. 또 하나는 주말 장터를 여는 것이다. 농특산물과 수공예품, 먹거리 부스를 지역 주민들이 운영하는 것이다. 외곽도로를 타고 구천동으로 향하는 관광객들을 잠시 들러 가게 만드는 방법 중의 하나다. 식당, 주유소, 슈퍼 등의 점포들에도 더불어 활기가 돌 것이다.

끝으로 가장 가까이 있는, 있는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다. 적상면소재지를 중심으로 이미 음식 상권이 형성되어 있다. SNS를 통해 소문 난 무주 맛집도 있고, 서창마을에는 30여 년 전부터 운영해 온 순두부 식당이 4개나 있다. 음식특화거리를 만들어 공동마케팅을 펼친다면 빠른 입소문은 타고 소문이 날 것이다. 무주를 찾는 관광객이 음식 전문거리가 적상에 있다는 것만 알려져도 그 효과는 충분하다.

지역에 청년이 유입되고 관광객이 찾아오면 자연스럽게 홍보가 이루어진다. 딱 거기까지만 민관이 함께 힘을 모으면, 과거 영화로웠던 시절의 적상면으로 돌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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