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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공공건축프로젝트

무주 공공건축프로젝트 -8 무주군 보건의료원

by 눌산 2020.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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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층 규모의 의료원을 갖는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미래 의료복지를 준비한 무주군의 안목 높이 평가 

풍경을 담은 큰 창은 유리블록으로 막아져 건축가가 의도했던 공간적 의미는 사라져 버렸다

지남공원 일대가 문화예술체육 공간이라면 무주군 보건의료원을 중심으로 형성된 종합복지관과 노인전문요양원, 농민의집은 사회복지시설 공간이다. 이 역시 인구 25천명도 안 되는 소읍에서는 보기 드문 모습이다. 그렇다고 무주 읍내가 공간 확보에 용이한 평야 지대도 아닐 뿐더러 동서로 흐르는 남대천을 중심으로 넉넉지 않은 공간에 주거시설과 상업시설이 밀집돼 있는 실정이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문화예술체육 시설과 사회복지시설을 한 곳에 모아 지역주민들의 편리한 이용을 도모했다는 점은 이 시설들을 조성할 당시 담당자들의 치밀한 계획과 먼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대단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의료원을 만들기 위해 무주군은 여러 해 동안 방치되었던 6층 건물을 경매를 통해 매입했다. 군 단위 지역에 6층 규모의 의료원을 갖는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무주군은 고령화 되어가는 농촌의 현실에서 미래 의료복지 구현을 위한 준비를 위해 보건복지부를 설득하여 다들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보건의료원 사업을 추진한다. 보건의료원 예정지와 인접 부지에 종합복지관과 노인전문요양원을 신축해 의료복지시설의 한 축을 완성한다는 거창한 목표를 갖고 시작한 사업이다.

기용 건축가가 가장 공들인 부분은 정문도 내부 시설도 아닌 병원 후문이다. 병원 후문에는 장례식장이 자리잡고 있는데 장례식장 주변을 죽은 자들이 떠나는 뒷문이 아닌 산 자와 이별을 고하는 공간으로 꾸미고 싶었다. 그렇게 계획한 공간이 바로 병원 후문의 큰 전실(前室)이다. 마을이 보이는 풍경에 창을 내어 고인이 장례식장을 떠나는 순간 자신이 살던 마을을 마지막으로 바라볼 수 있게 했던 것이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엄숙하고 신성한 공간적 의미와 조문객과 고인의 가족들이 잠시나마 머물며 작별을 고하는 공간이 의미 있는 곳이기를 바랬다. 하지만 몇 년이 흐른 후 풍경을 담은 큰 창은 유리블록으로 막아져 건축가가 의도했던 공간적 의미는 사라져 버렸다.

무주군 보건의료원은 과거에도 현재도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사를 구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더구나 빠듯한 운영비로 지금까지 왔다는 것만도 대견한 일이다. 당시에 비해 인구는 더 줄어들었고, 고령화로 인해 평균 연령 또한 높아져 의료 수요는 더 늘어났다. 경제적인 논리로만 따진다면 보건의료원은 문을 닫는 게 맞을지 모른다. 하지만 농촌에도 도시처럼 좋은 시설과 훌륭한 의사들이 있는 병원이 있다면 진료를 받기 위해 대도시행 버스에 몸을 실어야 하는 어르신들이 줄어들 것이다.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보건의료원을 문을 열었듯 앞으로도 농촌의 어르신들을 위한 의료복지 정책이 지속되기를 기대해 본다.

고인이 장례식장을 떠나는 순간 자신이 살던 마을을 마지막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든 큰 창은 현재 유리블록으로 막아져 건축가가 의도했던 공간적 의미는 사라져 버렸다 .

[TIP] 무주읍 당산리 일대에는 무주군 보건의료원을 중심으로 종합복지관과 노인전문요양원, 농민의집 등 사회복지시설 공간이 들어서 있다. 모두 고 정기용 건축가의 흔적이 담긴 공건건물들이다.

주소 : 전북 무주군 무주읍 한풍루로 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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